이건 다 영웅이 되기 위한 거니까

역경이 없는 소설은 노잼

by 윤유진

첫 기록이 2024년 6월 27일


2025년이 한 달이 지난 지금,

은재는 마지막 수기를 쓰려고 한다.


물론 그게 은재가 가진 푸름의 종결은 아니다.

은재의 푸름은 언제나 있을지도 모르고,

혹은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수기를 마친다는 것은,

그냥

마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제 우울증이 아닌,

다른 소재와 주제로

여러분을 뵐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스크린샷 2025-01-17 221757.png 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



은재는 이번 수기로

푸름에 대한

우울증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했다.


은재는 언제나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은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하고,

결국엔 지쳐하니까.

그렇게 우울증 환자들은 혼자가 되니까.


그래서 은재는 자신의 글을 읽고 누군가가

"여기 나와 같은 사람이 있네?"라고 생각하길 바랐다.

그리고 조금은 가벼워지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 은재는

이 이야기의 끝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러니까

모든 우울증의 끝이 자살이 아니길 바랐다.

그럼에도 잘 살고 있다는,

그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은재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수기를 시작할 때,

은재는 이미 자해를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시작했다.

지금이 딱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은재는 이번 수기를 통해

의존성 우울증이나

이인증, 거짓치매, 자해와 같은 증상들을

풀어내기도 했고


정신과 일지를 통해

이제껏 다닌 정신과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고


자살을 탐구하는 마음은 그리 위험하지 않으며,

은재 스스로 ADHD를 진단 받은 것이나

자해성 섹스를 고백해기도 했다.


그리고 호르몬 불균형으로 임신인 줄 착각했던 사건이나

의존성 우울증과 자해성 섹스의 연장선상으로

바람을 피운 역사를 적어내리기도 했다.


이 중 몇 가지는 여전히 은재를 괴롭히는,

현재진행 중인 증상이나 경향이다.

심지어 정신과에도 선뜻 이야기 못하는 것들을

이 공간에서 털어놓은 것도 몇 가지 있다.


정말 고백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은재와 같은 증상이나 경향을 경험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한 번 돌아보길 바랐다.


그리고

무작정 그들을 말리거나

변화하라고 부담을 주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건 남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7개월 간의 가출을

3편에 나누어 작성했고,

사실 그 수기는 편 수가 모자라다고 은재는 생각한다.


그때의 기억이 기억치매로 인해 부서지지 않았더라면

은재는 5편 정도 가출에 대한 이야기를 썼을 것이다.

그만큼 은재가 많은 악행을 했다.


우울증으로 불안한 마음을 선두로

주변에 많은 상처를 줬다.


그리고 지금,

은재는 그렇게 상처 준 사람이 많은데

기억을 못하는 자신이 괴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잃어버린 인연을 잡지 말고,

남은 인연에 몇 배로 힘을 쏟는 게 답일 터.


그리고 이 수기에는 2024년의 전반적인 은재의 삶이 드러난다.

은재는 초반에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몇 달을 소비했다.


그러다 결국엔 사무직에 취업하지 않고

외주를 받기로 결정했으며,

외주를 받는 과정도 리드미컬했다.


잘리고, 다시 계약하고.

잘리고, 다시 계약했다.


그리고 그 사이엔 바나나 작전이 있었다.

일단 살아야 하므로

"돈"에 초점을 맞춰

외주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해 토끼띠가 삼재라던데,

그래서 그런지

바나나 작전은 그리 쉽게 성공되지 않았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길게 쓰진 않았지만

밖으로 나가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은재는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우여곡절이 많지만

일단은 그 두 가지 일에 집중하려 한다.


더구나 아르바이트는 생소한 일이어서

은재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일이 즐거우면 장땡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은재는 좀처럼 즐거워지지 않았다.


자주 하는 실수 때문인가?


뭐, 그래서

갈 때마다 억지웃음이다.

하지만 그런 아르바이트에서도

몇 가지 배운 게 있다.


그래서 깨달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완전히 무의미한 일은 없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정말 재미 없는 일도,

정말 거지 같은 일도, 남는 무언가가 있다.


새로운 인간관계나

미약하더라도 자신의 개인적인 성장이나

사회적 가면과 같은 또다른 나를 발견할 수도 있고,

어쩌면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런 기대를 갖고

은재는 아직까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지 않았다.

그리고

연장선상으로

역경이 없는 소설은 없으며

영웅이 되기 위해선 싸움이 불가피하다.


그게 이번 수기의 전반적인 흐름이 아니던가!


그래서 은재는 2024년 힘들었던 일,

그리고 2025년 1월부터 자신을 괴롭게 했던 일을

단순히 영웅이 되기 위한,

자신의 삶이 소설이 되기 위한

역경과 고난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 부족했던,

"선택과 집중"을 무기로

2025년 2월을 다지고자 한다.


!-존버!-


그 단어의 힘을 믿고 싶다.

아주 열렬히.





p.s. 다음 화는 <애인과의 인터뷰>로 우울증 환자 애인을 둔 은재의 애인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그 이후 마무리 글과 함께 후기가 업로드 되며, <이건 다 영웅이 되기 위한 거니까>는 완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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