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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시 May 06. 2022

나는 네가 흘린 만큼의 눈물

남겨진 마음의 소회

20220506


2주간의 짧은 상담 치료가 끝났다. 내 마음인데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게 조금 우습기도 슬프기도 했다. 그 비싼 상담이 도움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이야기 해야겠다.


어찌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사치가 아니었을까


한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깊은 기억의 밑바닥을 더듬는 것은 그리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지나온 것들이 대부분 후회의 감정으로 얼룩지지 않았음에는 감사해야겠다.


문 틈 사이로 내 이름이 씌여진 알록달록한 종이 파일이 서랍에 담기는 모습을 보았다. 투박한 종이에 쓰인 몇 줄 안에 나는 무엇으로 기록 되었을까


아마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대로 기록 되었겠지.

사람들은 늘 듣고 싶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니까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전, 선생님은 나에게 늘 웃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말을 건냈다. 아프게 찔려버린 마음에 알겠다는 짧은 인사만 남긴채 문고리를 쥐고 쓴 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나는 늘 웃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


D와 함께 지나온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내가 살았던 세계에서 D의 세계로

또 D의 세계의 것들이 나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들도 혹은 새로 나가야할 것들도 그 별에 온지 너무 오래 지났다는 생각을 문득 할때즈음에야 D는 오롯이 나를 위해 많은 것들을 희생하며 버텨왔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바라왔고 또 받았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식어버린 커피 처럼 어설픈 사랑을 하는 사람들 처럼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만 가득 남기고, 마음 속 응어리진 것들을 한아름 안은채 서로의 별로 돌아가야 했다.


잠들지 못한 새벽 문득 들었던 생각에, D는 여즉 내 오만함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걸지도 모르겠다.


부디 D의 오늘 밤은 평안하기를 바라며


-


나는 진즉 내려 놓는 것을 배워야했다.

욕심이 이타심이 이기심이 많아

알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책임지지 못할 말들과 행동들로 얼룩져 내가 가진 색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하지 못한 쓰린 후회가 목 끝에 걸려 마음 깊이 꾹 눌러 담아야 했을때


내가 없어야 행복해지는 것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

늘 행복한 모습으로 나를 떠나가는 것들을 바라보며


상처 받는 것을, 상처 받을 것을, 상처 줄 것을 알면서도

멍청하게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견딜 수 가 없는 하루를 보낸다.


이제는 정말 마음을 닫아야할 때가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 열린 마음은 언제나 누군가를 상처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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