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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시 Jun 07. 2021

20210607 범재




그날, 녹슨 철문 앞에도 부슬비가 내렸다.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도둑고양이도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참새도ㅡ발갛게 물든 무릎을 끌어앉고선 누가 들을까 아랫입술을 꾹 깨물곤 엉엉 울었다. 삐걱거리는 가로등에 누런 불이 일렁일 즈음엔, 상실은 무력감을 먹고 자라 어느새 내 그림자만큼 자라있었다.



행복은 타인의 불행을 보며 커져가고, 불행은 타인의 행복을 보며 커져만 갔다. 목도한 현실이 슬플 때면 나는 늘 도망치듯 그곳으로 향했다. 창백해진 두 손에 고개를 묻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언제부터인가 후회는 어느 때를 떠오르게 하는 단어가 되었다. 단어가 모여 문장이 되듯 후회가 모여선 흘러간 시간이 되었다.



여전히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삶은 언제나 우릴 향해 흐르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 나의 바다에 도착한 낡은 병엔 ㅡ 부디 언젠가라고 말할 수 있을 때에는, 조금은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를 바라 ㅡ 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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