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나가버린 기억들에 대하여
유난히도 많은 비가 내린 여름이었다. 이 글을 보는 모두가 부디 상처받지 않았기를, 이렇게까지 내리길 바란 건 아니었건만 역시 삶은 마음대로 되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
흘러가버린 여름에 대한 작은 기억의 파편들을 남겨 놓는다. 부디 다시 긴 한 바퀴를 돌아 찾아온 여름은 이렇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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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황을 겪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먹먹한 한 줄이지만 이젠 나도 인정해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소리 내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황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뼈 마디마디로 스며드는 무기력함과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들 속에서, 간신히 끌려 나와 마주친 모습은 보잘것없이 상처 입은 채로 벌벌 떠는 자화상이었다.
늘 모든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욕하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하다. 손톱 끝으로 손을 꾹꾹 눌러 담으며 걱정하는 사람들의 눈길들을 피해 달아났다. 따스한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람들 곁에서도 왜 나는 늘 외로운 마음일까
기대가 크면 상실감도 크다는 말이 아프다. 바보 같은 이야기, 기대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혹시 그게 내가 가진 병명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때로는 담배로도, 술로도 감당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이젠 아득히 멀어져 버린 네가, 공황이 찾아왔을 때마다 얼마나 아팠을지 걱정하는 내가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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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다들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도, 사실 많은 게 바뀌어버린 삶은 적응하기 어렵다. 여전히 모든 것에 서툴고 모두를 상처 입힌다.
술에 잔뜩 취한 날이면 택시를 잘못 내린 뒤 후회하곤 한다.
모든 것이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반작용일까.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용서하는 것도,
모두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이제는 지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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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것들이 빗소리에 흘러간 8월의 여름이 지나면
따스한 9월의 가을이 반겨주길
부디 마음속 비어버린 곳들에 이젠 술이 아닌 다른 것을 채워 넣기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