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시 Aug 14. 2022

한여름 장마처럼

이제는 지나가버린 기억들에 대하여


유난히도 많은 비가 내린 여름이었다. 이 글을 보는 모두가 부디 상처받지 않았기를, 이렇게까지 내리길 바란 건 아니었건만 역시 삶은 마음대로 되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


흘러가버린 여름에 대한 작은 기억의 파편들을 남겨 놓는다. 부디 다시 긴 한 바퀴를 돌아 찾아온 여름은 이렇지 않길 바라며



-

첫 공황을 겪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먹먹한 한 줄이지만 이젠 나도 인정해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소리 내어야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황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뼈 마디마디로 스며드는 무기력함과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들 속에서, 간신히 끌려 나와 마주친 모습은 보잘것없이 상처 입은 채로 벌벌 떠는 자화상이었다.


늘 모든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욕하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하다. 손톱 끝으로 손을 꾹꾹 눌러 담으며 걱정하는 사람들의 눈길들을 피해 달아났다. 따스한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람들 곁에서도 왜 나는 늘 외로운 마음일까


기대가 크면 상실감도 크다는 말이 아프다. 바보 같은 이야기, 기대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혹시 그게 내가 가진 병명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여야지

 

때로는 담배로도, 술로도 감당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이젠 아득히 멀어져 버린 네가, 공황이 찾아왔을 때마다 얼마나 아팠을지 걱정하는 내가 밉다.


-


어느덧 다들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을 만큼의 시간이 흘러도, 사실 많은 게 바뀌어버린 삶은 적응하기 어렵다. 여전히 모든 것에 서툴고 모두를 상처 입힌다.


술에 잔뜩 취한 날이면 택시를 잘못 내린 뒤 후회하곤 한다. 

모든 것이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반작용일까.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용서하는 것도,

모두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이제는 지쳐버렸다.


-

꽤 많은 것들이 빗소리에 흘러간 8월의 여름이 지나면

따스한 9월의 가을이 반겨주길


부디 마음속 비어버린 곳들에 이젠 술이 아닌 다른 것을 채워 넣기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나는 네가 흘린 만큼의 눈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