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시 May 01. 2023

후회

- 힘들면 꼭 연락해.


수화기 너머로 들렸던 담담한 목소리가 어젯밤 꿈에 나왔어. 그저 매번 통화를 끝낼 때마다 습관처럼 해주는 말인 줄 알았어. “언제 밥 한 번 먹자” 같이 말야. 이제와 생각해 보니 어쩌면 네가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나는 뭐가 그리 급해 그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까. 마음이 이리저리 찢어지는 밤이었어.

 

진심을 농담으로 흘려보내야 했던 마음들, 서로 모를 리 없던 진심이라 끝끝내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 건네지 못했어. 네가 아니라 너의 행복을 보고 싶었다는 핑계만 반복하면서 손 틈새를 뚫고 다가온 너를 원망했어.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하곤 행복하다고 말하는 널 보고도 결국 웃지는 못했어.


미안해. 이런 비루한 사람이라


집에 돌아와 생채기 가득한 팔을 감추곤 엉엉 울었어. 울긋불긋 진달래 꽃이 핀 것 같다며 슬픈 표정으로 물었던 그 상처들 말이야. 비 오던 그날 우산 속에서 헤어짐에 펑펑 울던 널 꽉 끌어안았어야 했어. ㅡ 나는 여즉 비오는 날엔 숨을 참아 ㅡ 그때엔 네가 너무 과분해 보였어. 수화기 너머로 자신을 평생 잊지 못할 거라 말하던 저주처럼, 무뎌지는 기억 속에서도 너만큼은 선명해서 괴로워.


욕심 내었던 마음의 크기만큼 네가 행복하길 바라. 내가 가진 마음만큼 행복할 수 있다면 너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거야. 머뭇거렸던 시간들과 애써 외면했던 마음들이 모여 네 웃음이 되었으면 좋겠어.


어쩌면 사람들 속을 떠도는 이유는 너와 비슷한 사람을 마주할까 하는, 아니 솔직하게 너를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하는 얼룩진 후회 때문인 것 같아. 내 후회는 곧 썩어 문드러져 마음 속 한켠에 자리 잡겠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이제 무서워. 혹여 너를 닮은 사람을 마주칠까.


그래도 있잖아. 나는 이제 떠나려고 해.

매일 밤 나를 괴롭히던 네 곁을


참 길게도 구원이라 믿었던 계시를 말야. 네가 나누어 준 조각을 전부라 믿었던 바보같은 믿음을 떠나려해.  근래 반짝이는 사람을 마주했거든. 이제 다시 온 힘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하려해. 건네었던 마지막 인사처럼 너에겐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네 곁에 있길 바라. 네가 가진 그 예쁜 마음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그런 사람. 적어도 오만한 나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미안해 D. 그리고 사랑해.

이게 내 마지막 편지야.

작가의 이전글 MBT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