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SM이 알려주는 구매 부서 적응 비법(07)
오늘은 거래업체와 미팅이 있는 날이다. 원래는 오전에 약속이 잡혀 있었는데, 업체 사장의 갑작스러운 일정으로 오후로 시간이 바뀌었다. 어떡하지? 시간이 많이 남는데. 나는 어떻게 남는 시간을 보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우선 담배가 생각났다. 담배가 어디 있더라? 여기저기 뒤지다 마침 상의 안쪽 호주머니에 몇 개의 명함이 손에 잡혔다. 약간은 구겨져 있는. 이게 '왜 빠져 있지'라고 생각을 하면서 명함 케이스에 넣기 위해 꺼내는 순간, K의 명함이 보였다. 약간의 미안한 기분으로 명함을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회사 주소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잘 됐네. 간단히 점심이나 함께 하자고 전화를 해야겠다. 때마침 가까운 곳에 김밥집이 보였다. 한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애기도 들을 겸해서. 물론 K가 정신없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그동안 잘 지냈어요? 내가 마침 이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갑작스레 연락을 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얼굴을 보니 반갑네요.”
“잘하셨어요, 팀장님. 사무실이 다들 외근 중이라 점심을 누구하고 먹을까 한참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화 주셨어요. 또 한 번 뵙고도 싶었고요.”
“그래, 요즘 어때요?”
“정신없어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참 팀장님, 업무분장이 뭐예요? 그걸 다시 짜야한다고 하던데”
“말 그대로예요. 업무를 서로 나누어 분담해서 일하겠다는 의미예요. 영어로 Business Division, 이제 확 와 닿지요.”
“아~ 그렇군요.”
“K 회사의 구매업무는 어떻게 나뉘어 있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기획파트와 소싱(Sourcing) 파트 그리고 조달 파트 세 개로 구분된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그렇게 많이 나누어요.”
“그런데 저는 처음이라 모르겠어요. 팀장님이 설명 좀 해 주세요.”
“자, 그러면 봐요. 혹시 메모지 있어요? 아무래도 적으면서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참! 음식부터 시킵시다. 나는 참치 김밥, K 씨는 어떤 걸로 할래요?”
“저는 치즈 김밥이요.”
다음은 필자가 K에게 설명한 일반적인 구매 조직의 업무분장이다.
◆ 구매팀
1) 기획파트
(1) 구매기획 (2) 동반성장
2) 소싱 파트
(1) 원부자재
- 양산용 내자 /외자 구매 - 개발용 내자 /외자 구매
(2) 시설재
- 양산용 내자/외자 구매 - 개발용 내자/외자 구매
3) 조달 파트
(1) 원부자재
- 양산용 내/외자 공급 - 개발용 내/외자 공급
(2) 시설재
- 양산용 내/외자 공급 - 개발용 내/외자 공급
4) 자재파트
(1) 원부자재
- 양산용 내/외자 입출고 - 개발용 내/외자 입출고
(2) 시설재
- 양산용 내/외자 입출고 - 개발용 내/외자 입출고
“자, K 씨 잘 봐요. 구매팀은 크게 기획파트와 소싱 파트 그리고 조달 파트 및 자재파트로 4개로 구분돼요.”
“어느 회사나 똑같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회사 규모나 제조품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굳이 기획파트를 따로 두지 않고 소싱 파트에서 한다든지 또는 조달 파트와 자재파트를 하나로 운영한다든지, 각 회사의 특성에 맞게 운영할 수 있어요.”
“그러면 팀장님, 파트별로 하는 업무가 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간단히 얘기할게요.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따로 기회가 되면 하고. 우선 기획은 구매업무의 기준과 이론을 제공하고, 소싱은 업체를 통해 직접 물품을 구매하는 일을 해요.”
“기획은 이론이고 소싱은 집행, 뭐 이런 건가요?”
“맞아요. 기획파트는 구매 조직 전체의 밑그림을 설계해요. 구매전략을 수립하고 각종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주요 업무예요. 최근에 동반성장 업무가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주로 협력업체와 관련된 각종 정책을 수립하는 임무를 맡아요. 어떤 회사들은 아예 동반성장 업무를 별도의 독립된 팀으로 분리해서 운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요즘 하도급법 이슈로 인해 그만큼 업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거든요.”
“소싱은요?”
“소싱 파트는 실제 물품을 구입하는 구매관리 업무예요. 구매할 업체를 선정해서 거래를 실시하고, 그런 관계 속에서 서로가 끊임없이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일이에요.”
“근데 회사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구매팀 일이 다 끝나는 것 아닌가요? 조달과 자재파트는 왜 필요한가요?”
“다들 K 씨처럼 오해하기가 쉬어요. 하지만 기획파트와 소싱 파트는 실물하고는 좀 거리가 있어요. 즉 구매한 물품을 직접 다루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그러면 조달과 자재파트는 실물을 관리한다 이 말씀이세요.”
“그렇지요. 그중에 조달 파트는 납기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자재파트는 물품 입고에서부터 출고까지의 실물관리를 맡아요. 아까도 얘기했던 것처럼 이 두 파트를 그냥 하나로 묶어서 운용하기도 하고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네요. 팀장님, 그런데 파트별로 구분하시면서 말씀하신 원부자재는 뭐고 시설재는 또 뭐예요?”
제조업에서 자재란 무엇인가? K가 지금 묻고 있는 질문이다. 자재를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기준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원부자재와 시설재 그리고 양산 자재와 개발 자재, 내자와 외자 등으로 나누는 것이다.
우선 원부자재란 제품 제조에 직접 투입되는 원재료 및 구성품을 말하고, 시설재란 제조에 직접 투입되지 않고 제품 제조에 필요한 시설물 등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데 사용되는 자재를 의미한다. 시설재를 흔히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s) 자재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나머지는 간단하다. 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양산 자재, 개발에 필요한 자재를 개발 자재라고 한다. 또한 자재의 구입처가 국내인지 국외인지에 따라서 내자와 외자로 구분한다.
“아주 좋은 질문을 했어요. 원부자재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원료와 부품 또는 포장재를 말해요. 자 여기 김밥을 예로 들어 봅시다. 김밥이라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 김, 소시지, 계란, 시금치 등이 직접 들어가지요. 이게 원부자재예요.”
“그렇게 말씀을 해 주시니까 이해가 바로 되네요. 그러면 제가 포장을 해 달라고 하면 거기에 들어가는 포장 포일, 종이 상자, 비닐봉지도 원부자재에 포함되겠네요?”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반면에 시설재는 김밥에 직접 들어가지는 않지만 김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재들을 말해요. 예를 들어 김밥을 자르기 위해 쓰는 도마와 칼, 쌀밥을 보관하기 위한 밥솥, 각종 재료를 보관하기 위한 냉장고 등을 들 수 있어요.”
“그러면 김밥을 만들 때 사용하는 비닐장갑과 행주도 시설재에 해당이 되나요?”
“되지요. 어떤 회사는 이걸 잡자재라고 부르기도 해요. 시설재 성격이지만 소모품이잖아요.”
“결론은 구매에서 이런 원부자재와 시설재를 공급을 해 주어야, 생산이나 개발에서 제품 제조를 할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지요. 기획파트는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소싱이 업체를 선정하고 나면 조달과 자재파트는 기한 내 물품을 받아서 잘 보관하고 있다가, 생산이나 개발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팀장님, 그러면 어떤 업무가 제일 좋아요? 혹시 저한테 맡고 싶은 업무를 물어볼 수도 있잖아요.”
“원래 맡게 될 업무가 자재파트 업무라고 하지 않았나요?”
“입사 당시에는 그랬는데, 그 사이 구매팀 내에 인원 이동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업무분장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거든요.”
“아! 그래요. 회사 업무에 제일 좋은 업무란 게 따로 없어요. 또 자기 사업하는 것도 아닌데 본인이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잖아요.”
“팀장님 말씀이 맞네요. 제가 주제도 모르고 너무 오버(Over) 한 것 같네요.”
위에서처럼 파트별 업무를 자재의 구분(원부자재와 시설재)에 따라 나누기도 하지만, 요청팀 또는 제조 제품을 기준으로 업무를 분장하는 회사도 많다. 구매 조직의 명칭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생산품목과 크기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구매 규모가 큰 업체는 구매실, 구매부, 구매부문으로 불린다. 그 밑에 구매팀, 자재팀 또는 구매 1팀, 구매 2팀을 두는 식이다. 최근에는 협력사와의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동반성장팀, 상생경영팀 등으로 부르는 기업도 있다. 상대적으로 구입 물량이나 볼륨이 작은 경우에는 구매팀이나 자재팀으로 운용된다. 아예 구매 기능의 독립된 조직 없이 총무팀이나 업무팀 또는 지원팀 등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구매가 독립된 조직이 아닌 경우에는, 구매가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낮다는 의미다. 또한 본사와 사업장이 따로 위치한 회사들은 본사에 구매팀을 그리고 사업장에 자재팀 등을 별도로 두기도 한다. 정해진 틀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회사 특성에 맞게 제각각 운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