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며 내가 느낀 것 들 중 하나는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난다 라는 걸 너무 어렵고 지금 처해진 현실과는 큰 괴리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말하는 여행은 우리가 사는 곳에서 최대한 멀리 그리고 길게 떠나는 여행이다. 아쉽게도 좁은 영토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멀리 떠나는 여행은 주로 해외여행이다)
그들에게 여행을 떠난다는 건,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이 땅을 벗어나 낯선 환경과 낯선 문화 그리고 낯선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고 그것은 많은 경비를 필요로 하며 치안적인 불안감과 언어적인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형학적으로 우리나라는 반도지만 사실상 섬이나 마찬가지다 북쪽에는 애석하게도 북한과 서로 넘을 수 없는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국경을 넘는다는 것과 동시에 그렇게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큰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아가 그 목적지가 아시아를 초월해 다른 인종, 다른 대륙의 나라일수록 그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배가된다.
세계여행 중에 나를 놀라게 한 사실 중 하나는, 세계 어디를 가나 설령 그곳이 오지라 할지라도 그곳에는 항상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여러 나라들이 국경을 맞대고 오밀조밀 모여있는 유럽은 역사적으로 봐도 서로의 국경이 나눠지고 다시 합쳐지고를 반복하며 지금은 EU연합이라는 이름하에 마치 이웃 도시에 가듯 옆 나라와의 국경을 드나든다. 이제는 그들의 삶에 자리 잡힌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더 이상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며 이는 곧 집을 나와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한 상대적으로 덜 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심 마저 들게 했다.
게다가 비교적 풍요로운 그들의 삶과 높은 순위에 랭크된 여권 파워 그리고 긴 휴가 등이 유럽인들이 여행을 많이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럽에서도 정작 떠나는 이들은 따로 있었고 평생 자기 나라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들이 인구의 절반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를 통해 나는 유럽인들이라고 모두가 여행을 다니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여행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라는걸 알 수 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앞선 여행의 이유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행을 떠나는 많은 이들이 그들이 살아온 주변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들이 이러한 환경에 쳐할 기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떠나는 이들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들은 모두 내면에 방랑벽을 지닌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도벽이 무언가를 훔치려는 습관이라면 방랑벽은 말 그대로 방랑하고자 하는 습관이다.
이는 도벽과 마찬가지로 소질적인 것과 환경적인 게 있는데 먼저 소질적인 방랑벽은 주변 환경의 영향이 없이도 어릴 적부터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결국 언젠가는 여행을 떠나도록 인도하는 것이며 환경적인 방랑벽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내 안에 방랑벽이 생기고 그로 인해 여행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