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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방 랑 벽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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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헌터 Nov 01. 2020

여행 중 일어난 이야기

episode 1


2020년 1월의 어느 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나라로 알려진 남미의 칠레에 있었다. 그곳의 가장 아름다운 도로라고 알려진 파타고니아 지역의 카레테 라 아우스트랄이라는 도로 위에서 어떻게든 북쪽으로 가는 차를 얻어 타기 위해 “De Norte”라고 쓴 박스 쪼가리를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히치하이킹을 하는 중 일어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나 일부 모험과 도전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국토대장정을 종주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칠레의 7번 국도 카레테 라 아우스트랄은 칠레 젊은이들에게 우리나라의 국토대장정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일종의 도전의 장 같은 도로명이다.

그곳에는 비단 칠레의 젊은이들뿐만이 아니라 주로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온 자전거 여행자들과 트래커들 또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아시안은 결코 찾을 수 없었다.

여행을 하다가 가끔씩 여행자들이 잘 가지 않는 오지를 돌아다닐 때면 간혹 우연치 않게도 다른 여행자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에 드는 간사한 생각이 있는데 이런 오지에서 나와 같은 여행자를 만났다는 일련의 안도감과 나는 남들과는 다른 여행을 한다는 일종의 자부심이 빚어낸 질투심을 느낀다. 그리고 그 여행자가 나와 같은 아시안일수록 안도감도 배가되고 질투심 또한 배가된다. 인간은 참 간사한 동물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계속해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던 내 앞에 소형 suv 한 대가 멈춰 섰다. 차 안에는 40대쯤으로 보이는 백인 여성이 운전석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같은 연배의 남성이 앉아있었다. 현지인이기보다는 같은 여행자로 보이던 그들에게 나는 영어로 말을 걸었다. “ 북쪽으로 가는 중이세요? 괜찮으시다면 태워주실 수 있나요?”  그들은 흔쾌히 승낙했고 나는 기쁜 마음에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뒷자리에 탔다. 

그들은 독일인 커플이었고 남편의 이름은 필립, 여자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필립과 그의 아내는 카레테 라 아우스트랄의 일부 구간을 차에서 캠핑을 하며 일 주 중이라고 했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내가 세계일주를 하고 있다는 것을 굉장히 부러워하고 또 대단하다고 응원해주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젊은 시절부터 여행하는 걸 좋아했다고 밝힌 필립이 내게 말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대부분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밖에 가질 수 없어 그것은 바로 시간, 돈 그리고 건강이야. 우리가 어릴 때는 시간과 건강은 있어도 돈이 없지 인생의 중반이 되면 돈과 건강은 있어도 시간이 없고 어느덧 나이를 먹어 인생의 후반이 되면 돈과 시간은 있어도 건강이 없지 하지만 두헌 너는 정말 운이 좋구나 그 세 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렇게 여행을 하고 있잖아! 정말 대단해, 네가 부러워.”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인생의 세 가지 요소, 우연히 만난 여행자에게도 배울 게 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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