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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방 랑 벽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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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헌터 Nov 01. 2020

여행의 방향


지구는 둥글다.

지금 당신 곁에 놓인 그 길을 따라 한 방향으로만 쭉 가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물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중간에 대해를 건너고 험하고 먼 거리를 이동하려면 운송수단을 이용해 야만 할 것이다. 도중에 다른 길로 빠질 수도 있겠지만 거꾸로 가지 않는 이상 결국엔 지구를 한 바퀴 빙 돌아 떠나온 그 길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이번 챕터에서 내가 말하려는 여행의 방향이란 말 그대로 방향이다. 어쩌면 이상이나 목표 같은 것들 의 내제적인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어렵게 휴가를 내어 몇몇 도시만을 돌아보려는 짧은 여행을 생각한다면 방향보다는 계획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여행의 방향은 어떻게 보면 여행의 계획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지만 나는 그 둘을 분리하고 싶다. 이유는 이렇다. 여행 특히나 긴 여행을 하다 보면 그 모든 계획을 세울 수는 없다. 

하다못해 평범한 우리의 일상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줄 모르는 여행자의 삶이 계획되고 진행된다는 법은 결코 없다.

계획은 여행의 좀 더 세밀한 부분이라 볼 수 있고 방향은 그런 세밀한 부분들이 모여 만든 큰 틀이라 볼 수 있다. 

나의 여행 방향은 크게 보면 평면 지도상 동쪽에 위치한 대한민국에서 출발하여 서쪽을 향해 가는 여정이었다. 루트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아래 즉 북쪽과 남쪽으로도 왔다 갔다 하지만 결국은 한쪽 방향으로 진행되는 마치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심장 박동 그래프와 같았다.

나는 나라와 도시를 미리 정하기보다는 내가 나아갈 방향을 먼저 정하고 나서 그다음 가야 할 나라와 도시를 정했다. 설령 그곳이 계획에 없던 곳이었더라도 내가 정한 방향에 있으면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을 했다. 때로는 그렇게 예고 없이 방문한 장소에서 뜻밖의 행운과 즐거움을 경험하기도 했다.

앞선 챕터인 여행의 계획에서 말했듯이 장기 여행자에게 지나친 계획은 불필요한 걸 치레와 같다.

하지만 여행의 방향은 언제나 우리의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물론 이마저도 없는 여행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건 여행자의 범주를 넘는 일이라 이 책에서 다루기엔 무리가 있다.

여행 중 계획이 잠시 늦춰지거나 잘못되더라도 여행의 방향이 있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그것은 마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들의 희망이자 가야 할 목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주는 밤하늘에 떠있는 북극성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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