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말았던 농담은, 끝내 웃을 수 없었다
편의점 A에는 매장 안쪽에 테이블이 있고, 큰 벽걸이 TV와 커피머신도 있었다. 카운터와는 약간 떨어져 있었지만,
카운터 안에서는 CCTV 모니터를 통해 매장 전체를 볼 수 있었다.
그 손님은 50대쯤 되어 보였고, 키가 작고 왜소한 체격에 안경을 썼으며 피부는 어두운 편이었다. 늘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처음에는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한 손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물건을 들고 와 결제를 마친 후, 내게 물었다.
“여기 점장님이세요?”
“네, 제가 여기 점장입니다.”
“아 그래요? 능력 좋으시네~”
그리고는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점장님, 나는 어때요? 나도 남편 후보에 넣어줘요.”
그 말투도 표정도, 정말 징그러웠다.
나는 정색하고 아무 말 없이 무시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도 그는 계속 찾아왔다.
한 번은 내가 야간 대타 근무를 서던 날이었다.
그는 물건을 산 뒤 매장을 계속 빙빙 돌다가
TV가 걸려 있는 테이블 근처에서 CCTV를 쳐다보며 멈춰 섰다. 카운터 안에 있는 나는 CCTV 모니터를 통해 그와 계속 눈이 마주쳤다. 몇십 분 동안 그는 아무 말 없이 매장 안을 서성거렸고, 나는 조용히 그 시선을 견뎠다.
며칠 뒤엔 여성 손님 한 명과 함께 나타났다.
둘은 음료를 사서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다. 그런데 그 여자분이 며칠 후 혼자 다시 왔다.
술에 잔뜩 취한 채였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소리쳤다.
“나 집 좀 찾아줘요!”
당황해서 물었다.
“집이 어디신지 기억 안 나세요?”
그녀는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결국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지금 신고할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 말을 듣고도 그녀는 "손님은 왕이다!"를 외치며 매장을 뛰어다녔다.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미 신고를 마쳤고, 그녀는 밖을 나갔다. 잠시 후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이 인상착의를 묻자 내가 설명하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여기 동네에서 좀 유명한 분이에요.”
그날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편의점 B에서 다시 그 손님을 마주쳤다.
나는 단번에 그를 알아봤지만, 그는 나를 못 알아본 듯했다.
그는 매번 생생우동이나 콘 아이스크림, 웨하스 같은 부스러기 많은 음식들을 사서 테이블이 아닌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먹었다. 바닥은 점점 지저분해졌고, 나는 참다못해 정중하게 말했다.
"손님, 음식은 자리에 앉아서 드셔주세요."
그는 알겠다고 했지만, 다음에도 또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렇게 몇 차례 주의를 줬고, 어느 날은 출입문으로 들어오는 손님과 부딪혔다.
나는 이번엔 좀 더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다음에도 변하는 게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 순간, 그가 들고 있던 콘 아이스크림을 내게 던졌다.
그러곤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폭행 혐의로 정식 고소했다.
신고가 접수된 후, 그는 매장에 다시 와서 말했다.
"용서해 주세요. 제가 지금 오토바이 사고 가해자라서 돈도 나가고… 선처 좀 해주세요."
며칠 전부터 그가 오토바이가 아닌 들고 다녔던 바퀴 달린 수레가 떠올랐다. 야간 시간엔 주변이 조용해 수레 소리가 멀리서도 들렸고, 그 소리가 들릴 때면 또 오셨구나, 마음을 다잡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선처할 수 없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신고한 건 그대로 진행할 겁니다.”
그러자 그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래, 고소 취하 안 한다는 거네?”
“네, 안 할 겁니다. 그만 가세요.”
그리고는 돌아서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씨, 그래 하지 마라. 내가 너 지켜본다.”
그날 이후, 나는 그 수레 소리가 골목 어딘가에서 들리는 듯하면 나도 모르게 가게 안을 둘러보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