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장사를 이야기했을 뿐이다
내가 일하던 A편의점 바로 옆에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사장님은 30대 후반쯤 되어 보였고, 말수가 많진 않았지만 호감형 인상이었다. 커피를 사러 우리 편의점에 종종 들렀고, 나도 장사에 관심이 있어서 그와 간간이 말을 섞었다. 가게 이야기, 장사 이야기, 그냥 동네 소소한 이야기들.
어느 날은 신메뉴가 나왔다며 먹어보라며 우리 매장까지 가지고 오기도 했다. 나도 미안해서 캔커피 하나 사서 드린 적 있다. 그 정도 거리감이었고, 그냥 나도 누군가의 가게에 들러 이런저런 얘기 듣는 게 나쁘지 않았던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식사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특별한 감정은 없었고, 그냥 장사에 대한 정보나 들을 수 있겠거니 싶어 가볍게 응했다. 점심을 같이 먹고, 장사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딱 그뿐이었다. 그날 이후에도 가끔 마주쳤지만, 더 가까워질 일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야간 대타를 나간 날이었다.
그가 술에 잔뜩 취한 채 가게로 들어왔다.
“○○씨, 할 말이 있어요.”
밖으로 나가달라는 말에 가게 밖으로 나섰고, 그는 갑자기 고백을 해왔다.
좋아한다며, 자기 마음이 진심이라고 했다.
나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씨 못 믿게죠? 잠깐만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뭐라고 말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제대로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연신 “미안해요, 내가 술에 취해서… 진짜 미안해요”
말만 남긴 채 사라졌다.
그날 야간 근무는 어찌 마쳤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감정은 뒤섞였고, 머리는 복잡했다.
며칠 뒤, 아침 근무 중이었을 때였다.
우리 매장 직원이 나에게 건넨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점장님, 어떤 남자분이 이거 전해달래요. 점장님 인기 짱이시네요~”
웃으며 건넨 봉투엔 이면지가 접혀 있었다.
펼쳐보니, 또박또박 눌러쓴 손글씨. 시중에 파는 편지도 아니고, 그저 버려진 종이에 구구절절한 문장들이 빼곡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 날, 편의점 B에서 다시 그를 마주쳤다.
이번엔 친구와 함께였다.
내 쪽을 보고 다가와, 캔커피 하나를 내밀었다.
“잘 지내시죠?” 하는 인사.
나는 아무 말 없이 캔을 받아 들었다.
그는 가볍게 웃고 돌아갔다.
그 캔커피는 손끝이 닿은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아무리 조용하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라 해도
기대하지 않았던 경계를 넘어올 때
그 실망감은 더 크고, 감정은 더 오래간다.
나는 지금도 누군가 다가올 땐
그 거리와 속도를 예의주시하게 된다.
편의점 계산대 뒤에 선 나는,
그날의 이면지보다 더 무거운 감정을
아무 일 없다는 듯 안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