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상처가 되고, 거짓말이 방패가 된 시간
거짓말을 해본 적이 있나요.
왜 했나요.
누구에게 했나요.
그리고 그 후, 어떤 기분이었나요.
그 질문들을 떠올릴 때면, 마음은 언제나 한 장면으로 흘러간다.
거짓말을 처음 시작했던 여름.
그곳에는 얼굴과 귀까지 장미빛으로 물든 내가 서 있었다.
처음에는 가난한 집안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그다음은 문제가 없는 나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렇게 거짓말을 시작했다.
내가 가진 무수한 단점들, 집안과 가족, 인간관계, 재정 상태 같은 것들을 감추고 포장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계속해서 질문을 해왔다.
무엇이 그렇게 궁금할까.
아니, 그것이 왜 궁금할까.
당신과 친해지는데 왜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한 걸까.
어린 시절에는 질문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정보가 부족했던 시대라서였을까, 아니면 내가 너무 어려서였을까.
하지만 학창 시절이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때부터 말은 상처처럼 느껴졌다.
질문은 내 귀를 찌르고, 대답은 내 입을 더럽혔다.
눈을 마주하기 힘들었고, 귀에서는 피가 쏟아지는 듯했으며, 입은 점점 무거워졌다.
나는 그렇게 사냥개가 되었다.
내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내던졌다.
20대에 들어서며 더 큰 세상으로 나왔다.
질문은 더 구체적이고, 더 날카롭게 쏟아졌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덜 상처받을까.
어쩌면 저 사람은 진심일지도 모른다.
믿어도 될까.
안 돼.
그래도 혹시 괜찮을까.
결국 모두 떠나버리는데.
그때 나는 생각했다.
착한 거짓말이라도 조금은 하자.
그러면 덜 아플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내 안으로 깊게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상처는 여전했지만, 차라리 나았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울기도 했다.
어릴 적에는 화를 내면 사람들이 웃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모두가 무서워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울었다.
그게 더 잘 통했다.
30대가 되었다.
여전히 나는 변한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시작된 자리로 돌아와, 같은 날들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수많은 거짓말 속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는 나조차 알 수 없다.
사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몸이 불편한 부모님, 서로 친하지 않은 남동생들, 돈에 집착하는 친가, 단절된 외가, 그리고 전학생.
그 조합만으로도 내 가정환경은 짐작이 될 것이다.
못생긴 외모, 빼빼 마른 몸매, 고졸 성적 최하위.
학창 시절, 인간관계, 재정 상태 역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사람들이 짐작하고 상상할 수 있는 단어들이 모이면,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 그렇다.
장미꽃에 물들지 않는 누군가를, 나는 만날 수 있을까.
언젠가, 그 답을 마주할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