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넘기지 못할 거라 했다

세 명이 남긴 같은 말

by 지화


93년생, 아홉수라는 해였다. 그해에는 유난히 자잘한 사고가 잦았다. 우체국에서 나오다 발목을 삐끗해 앞으로 쓰러졌고, 버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고꾸라지기도 했다. 큰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그 서늘함은 늘 같은 기억으로 이어졌다. 시기와 장소는 달랐지만, 세 명의 스님이 내게 남긴 말은 같았다. 서른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 말은 또렷하다.

나는 산을 좋아하던 삼촌을 따라 어릴 때부터 종종 산에 올랐다. 그래서 고등학생이 된 뒤에도 혼자 동네 뒷산이나 절이 있는 산을 찾곤 했다. 그날도 평소처럼 산길을 걷고 있었는데, 절 앞에서 스님 한 분과 마주쳤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서른이 되기 전,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세요.”

짧은 말이었지만 깊게 파고들었다. 농담으로도, 덕담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몸이 굳은 채 서 있다가 결국 산을 내려오며 눈물이 터졌다. 집에 닿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날의 목소리는 지금도 또렷하다.

두 번째 경험은 편의점에서였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편의점은 늘 긴장으로 가득했다. 술 취한 손님이 행패를 부리고, 협박과 욕설, 성희롱과 스토킹까지 겹쳤다. 계산대에 서 있는 시간은 버티는 시간과 같았다. 그런 어느 날, 음료를 계산하던 스님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학생 인생은 참 짧습니다. 후회 없이 사세요.”

나는 속으로 ‘또 시작이네’ 하고 중얼거렸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말일 수도 있었지만, 이미 지쳐 있던 마음에 그 말은 오래 남았다. 계산대 위에 놓인 물병, 희미하게 울리던 형광등 불빛과 함께 그 순간이 겹쳐 떠오른다.

세 번째 경험은 길 위에서였다. 걷던 중 마주친 스님이 합장을 하며 다가와 말했다.
“짧은 인생, 덧없이 사세요.”

뜬금없는 말이었다. 사이비인가 싶어 그냥 지나쳤는데, 몇 걸음 뒤 돌아보니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들 속에 섞인 것도 아니었다. 흔적 하나 남지 않고 공기만 남아 있었다. 그때의 서늘한 기운은 오래도록 몸에 남았다.

사실 나는 어릴 적부터 가위에도 자주 눌렸고, 이상한 게 보인다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울던 적도 있었다. 부모님은 거짓말이라며 매를 드셨지만, 내 몸은 그날의 공포를 아직도 기억한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 무렵 내 주변에서도 비슷한 말들이 흘러나왔다. 관상이나 손금을 보던 사람들이 “생명선이 짧다”라고 말했다. 농담처럼 건넨 말이었지만, 그 시절 내겐 날카롭게 박혔다. 실제로 안 좋은 일들이 겹쳐 일어나던 때라, 스님들의 말은 더 불길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관종”이라는 말이 돌아왔고, 나는 차츰 입을 닫게 됐다. 말을 삼키면서도, 속으로는 의문이 더 커졌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세 명의 스님을 실제로 만났고, 그들은 같은 말을 남겼다. 서른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말. 수많은 순간이 위태로웠지만, 설명할 수 없는 힘에 붙들린 듯 나는 아직 살아 있다. 동시에, 여전히 마음속에는 질문이 남는다.

그들이 정말 사람이었을까. 다른 차원의 무언가가 스님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 건 아니었을까. 왜 하필 스님이었을까. 친가가 불교였으니, 내게 가장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온 건 아닐까. 혹은 돌아가신 삼촌이 위험한 순간마다 지켜준 건 아닐까.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정작 큰일로 이어지진 않았으니까.

죽음을 예고하던 그 서른을 나는 이미 넘겼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그때의 말들은 아직 내 안에서 살아 있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기억은 소름처럼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궁금하다.

정말로 끝이 난 걸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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