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운전면허증(自動車運轉免許證)이 정식 명칭입니다. 일정 나이를 넘겼을 때 특정 교육 시간 이수와 시험을 통과하면 받게 되지요. 대개는 수능 이후 겨울 방학 시기에, 혹은 대학 다닐 때 많이들 딴다고는 하지만 저는 앞자리가 한 번 더 바뀐 나이가 돼서야 성공했습니다. 딱 좋은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운전할 필요도 없고 운전에 필요한 부수적인 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었던 시기에 땄다면 장롱면허가 되었을 게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니까요. 정말 운전할 필요가 생겼을 때 제 돈 들여 시험을 본 결과는 흡족했습니다. 2주 만에, 재시험 없이 모든 과정을 완주했기 때문이지요.
면허증은 학원을 통해 받을 수도, 직접 공식(?) 시험장에 가서 발급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학원으로 받는 건 수수료가 있기도 하고, 외진 곳에 위치한 학원까지 오가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직접 받아왔습니다. 30일 이내로만 가서 받아오면 되기 때문에 제 스케줄에 맞출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약속이 있는 날 들렀다 가면 되니까요.
서부면허시험장은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있습니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이미 건물 내부는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면허를 따러 온 사람, 무언가 민원을 내려온 사람, 그리고 절대다수는 면허증을 발급받으러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마침 IC카드를 추가하고 뒷면을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 운전면허증이 나온 시기였습니다. 심지어 이 새 운전면허증으로는 핸드폰에 설치한 특정 앱을 통해 신분증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 모바일 운전면허증도 발급받을 수 있었지요.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요? 드디어 차례가 왔습니다. 운전면허증 발행은 한국조폐공사에 위탁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인쇄해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신청하면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증 재발행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가 제작을 위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종이로 프린트한 임시 주민등록증이 있곤 합니다) 갓 나온 면허증을 받아 들고는 어찌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제 저는 두 개의 신분증을 지니게 된 셈이니까요!
사진 찍어서 가족 카톡방에 자랑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저만 면허증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일련번호에서 앞의 11은 서울에서 발급받았으므로 의미한다는 것, 마지막 숫자는 몇 번째로 발급받았는지 알려준다는 것, 조건 A는 2종 자동 변속기 차량을 운전할 수 있다는 표시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뒷면 영문 정보로는 어떤 나라에서 어떤 차를 운전 가능한지 검색하며 더 이상 해외에서 뚜벅이로 고생하지 않을 미래의 제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앞으로 주민등록증보다는 운전면허증을 주로 들고 다닐 것 같습니다. 운전하려면 지니고 다녀야 한다더라고요. 주민등록증에 사용된 사진이 한창 화장하고 다닐 때 사진이라서 부담스럽기도 했지요. 코로나 이후로 취미도 아니었던 화장을 거의 그만뒀거든요. 좀 더 제 자신의 얼굴에 가까운 새삥 신분증과 함께 소중한 10년을 보내려 합니다. 10년 뒤에는 재발급받아야 하니까요. 새로 면허를 받을 때쯤에는 저도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 수 있을까요?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벌써 운전을 본격적으로 한 지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차를 갈아보기도 했고, 정기점검도 맡겨보고, 무려 차를 새로 사기도 하고, 사고도.... 냈지요.... 이제 실전으로 갈고닦은 운전의 기쁨과 슬픔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