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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Mar 10. 2023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능력

오늘 회사에서 3명의 후배가 자기 팀장에 대한 고충을 얘기했다.

3명 모두 다른 팀이다.


첫 번째 후배의 고충은 팀장의 마이크로 메니징이다.

팀원의 업무량에 대한 인지나 배려 없이 그저 팀장 자신의 욕구와 만족을 채우기 위해 일한다.

메일과 메신저, 카톡과 전화까지 하루에 수십 번이라도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질문한다.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보고서가 완성될 때까지 한 문장, 한 단어도 그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수정하고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자율과 창의를 강조하면서 팀원들끼리 논의하여 결정하라고 하지만 결국 팀장의 잣대에 맞추어

오려지고 지워져 틀에 맞춘 결과물이 나올 뿐이다.


두 번째 후배의 고충은 팀장의 조직장악력 부족이다.

팀원들이 원하는 만큼 안 따라와도 따끔하게 지적하거나 쓴소리를 하지 못한다.

팀장 혼자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수습하기 위해 애쓴다.

팀원들은 일을 안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니 점점 느슨해진다.

물론 신입사원이 아니고서야 정확하게 지시하고 정해줘야만 일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회사의 주인이 아닌데 주인의식을 들이대며 자발성만 요구하는 건 맞지 않다.

어차피 팀의 성과는 팀장의 리더십에 달려있다.


세 번째 후배의 고충은 팀장의 무관심과 무책임이다.

팀장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처리했음에도 약간의 이슈가 생기자 마치 몰랐던 것처럼 담당자에게만 역정을 내며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평소에는 업무를 전혀 챙기지 않다가 상사가 얘기하면 그때부터 급발진이 시작된다.

팀장으로서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알면서도 역할을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일에 대한 의지가 없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팀원들을 믿거나 일을 맡기지도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위 3명의 팀장도 나에게 고충을 얘기한 적이 있다.


첫 번째 팀장은 팀원이 너무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실해서 열심히 일하긴 하지만 정확하게 업무를 지시하지 않으면 본인이 생각하는 결과물과 너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업무도 줄여주고 최대한 배려를 해준다고 생각하는데 품질이 전혀 좋아지지 않고 있어 더 이상 어떻게 해줘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 팀원은 여전히 야근을 자주 한다.  


두 번째 팀장은 팀원들이 잘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본인은 업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면서 조목조목 알려주는데 피드백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얼마나 더 얘기해 주고 잔소리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실무형 팀장으로 모든 업무를 꼼꼼히 챙기고 소통하는데 팀원들의 반응이 미지근해서 고민이라는 것이다.

그 팀원들은 여전히 정시퇴근을 한다.


세 번째 팀장은 팀원들이 체계적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옛날 얘기를 많이 한다. 예전엔 선배들한테도 잘하고, 해야 될 일이 있으면 밤을 새워 일했는데 요즘은 그런 열정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각자의 업무를 꼼꼼히 잘 마무리하고, 두루두루 소통도 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그렇게 책임감 있는 팀원들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 팀원들은 여전히 답답하고 힘들어한다.




하루에 3명의 고충을 듣다 보니 역시 직장인의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관계에서 온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모두가 원하는 바를 충족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 협의하고 배려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면 된다.

말로는 이렇게 간단한 문제가 현실에서는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되는 걸까.


6명의 고충이 난 대체로 이해가 가고 납득이 된다.

각자의 입장에선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공통적인 문제는 자신에 대한 반성이 빠져있다는 거다.

타인에 대한 지적은 너무도 쉽게 잘 하지만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설령 하더라도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자기 객관화란 자신을 객체로 알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자기가 바라는 자신, 남들이 보는 자신 간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개방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게 된다”


누구에게나 중요한 자질이지만 직장인에게는 '자기 객관화'가 특히 더 필요한 능력인 것 같다.

직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만 일을 해낼 수 있다.

이렇게 관계가 중요한 곳이 직장인데 자기 객관화의 과정 없이 타인에 대해서만 평가하고 지적한다면 그 조직은 참 일하기 힘든 곳이 될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직장을 다닌 지 3년 정도 지나면 업무 능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연차에 따라 경험과 노하우는 당연히 쌓여가겠지만 두뇌 회전이 느려지고 디지털 스킬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결국 누구도 자신만 잘난 것처럼 행동하고 상대방에게만 모든 잘못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타인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직장인들이여.

제발 '자기 객관화'를 좀 하자.

내가 타인의 약점과 잘못을 지적하는 만큼 남들도 늘 나의 부족함을 찾고 눈여겨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수시로 깊이 생각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면...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의 명대사를 들려줄 수밖에.

"너나 잘하세요"


글을 쓰다 보니 나는 '자기 객관화'가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해 왔는데 불현듯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에 출근하면 후배한테 물어봐야겠다. 분명 단점이 없다고 말할 테지만.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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