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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Jan 25. 2023

다시 출근

곧 끝나리라 예상했던 설 연휴가 역시 금방 끝이 났다.

다시 또 출근이다.


긴 휴일 다음 날의 출근은 늘 힘들다.

특별히 무리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음에도 몸은 천근만근이다.

이럴 줄 알고 어제는 저녁식사 이후로 아무것도 안 먹고 10시부터 잠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머리로는 철저히 대비했지만 몸은 출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반대로 휴일에는 항상 졸린다. 직장에서는 아무리 점심시간에 눈 좀 붙여보려 해도 번번이 실패하기 일쑤지만 휴일만 되면 졸음이 쏟아진다.

쉬는 쪽으로는 몸이 먼저 반응하고 일하는 쪽으로는 몸이 늦게 반응하는 걸까.


올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아침이다.

하지만 내복을 입을 순 없다. 바깥온도와 상관없이 사무실은 항상 따뜻하다. 특히나 지옥철에서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지옥이다. 그래서 영하5도건 20도건 복장은 동일하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10분,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10분 참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다.

마스크 안으로 찬 공기가 스며든다.

추운 게 아니라 피부가 아프다. 영하 20도는 다르긴 다르구나 싶다. 요즘 영하 50도라는 중국과 러시아는 대체 어떻게 살까 걱정된다. 그 정도면 재택근무하고 집 밖에 안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자 걱정은 부러움으로 바뀌었다.


추워서 정신이 번쩍 들만도 한데 눈꺼풀은 여전히 무겁다.

연휴 때 아들하고 농구하다 놀란 허리 근육도 욱신거린다.

9시부터 팀 주간 회의를 한단다. 벌써 수요일인데 주간회의가 꼭 필요할까 생각했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팀장 마음이다.


오늘 두 명의 동료가 떠났다.

한 명은 내일부터 육아휴직이고 한 명은 내일부터 다른 회사로 출근한다.

팀장과의 불화로 휴직을 하는 후배는 외벌이다. 7살 되는 아들이 한 명 있다.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휴직하면 매월 얼마가 부족한지 직접 계산을 해보니 마음이 좀 편해졌다고 한다.

그래 눈을 돌려보면 또 다른 삶이 있을 것이다.

많은 경험과 시도를 해보고 직장생활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보고 싶다고 한다.

왠지 다시 돌아올 것 같지만 후회 없는 선택의 과정이 되길 바란다.

한 달간 휴가였는데 쉬는 동안 직장인들을 보니 괜히 멋있어 보이고 대단해 보였단다.  

그렇다. 난 참 대단하다.

계속 쉬려는 몸의 저항을 이기고 최강 한파를 뚫고 지옥철을 타고 욱신거리는 허리를 다시 의자에 앉혀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려는 목을 계속 끌어당겼다. 무려 8시간 동안.


요즘 회사가 어려워 경쟁사로 탈출하는 MZ세대들이 많다.

비전이 안 보이고 배울 게 없고 급여가 적고 조직문화가 안 좋다는 이유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직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나보다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이라는 환경에 적응된 몸의 저항을 이기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용기다.

돌아보면 직장생활은 짧다. 길어야 20~30년 정도다.

직장생활을 통해 직장인으로서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퇴직 이후 인생의 커리어까지 쌓아갔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이직은 늦었지만 후배는 꼭 앞으로 그런 결정을 하길 바란다.

말수가 적어 6개월 동안 딱 한번 얘기해 본 후배였다. 퇴직 이유를 물어보니 배울 게 없어서 떠난다고 했다. 선배로서 왠지 모를 책임감을 느낀다.

하루하루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고 이곳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퇴근시간이 가까워올수록 몸이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다.

관성의 법칙일까. 일을 하다 보니 점점 일할 수 있는 몸상태가 되어간다.

아쉽지만 퇴근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남과 동시에 오늘은 무조건 칼퇴해서 일찍 자겠다고 결심했지만 퇴근할 때가 되니 맘이 또 바뀐다. 빨리 집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가족들과도 놀고 글도 써야지.

출근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퇴근은 신나고 기대가 된다.

그래서 내일도 그 어려운 출근을 해낼거다.

그리고 또 퇴근할 거다.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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