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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Mar 13. 2023

직장인의 희노애락

보고할 자료가 있어 8시에 퇴근을 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업무가 진행 중이다.

생각한 대로 쉽게 마무리되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크고 작은 이슈들로 머리 빠지게 고민하다 보면 계획보다 늦어지기 일쑤다.

내가 맡고 있는 모든 업무가 아무런 문제 없이 클리어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

그런 느낌이 드는 날은 1년을 통틀어 1주일이 채 안 되는 것 같다.

항상 그 찝찝한 기분을 가지고 퇴근을 하고 출근을 한다. 그리고 주말을 맞는다.


바로 그게 문제다.

찝찝한 기분이 스트레스가 되어 내 몸과 마음에 쌓인다.

그런 불쾌감이 쌓여 불안감과 우울함으로 발전한다.

결국 번아웃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괴로워한다.

의학적 지식은 전혀 없지만 그간의 직, 간접적 경험과 정성적 데이터로 가늠해 봤을 때 확실하다.

퇴근을 하면 휴식과 충전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채운 상태에서 출근해야 하는데, 퇴근 후에도 머리에 남은 이슈들로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고 에너지는 바닥나고 만다.




20년을 직장 생활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더의 말 한마디와 간단한 보고자료 하나에도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그 기분이 퇴근 후에도 이어진다. 아무리 떨쳐내려고 해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반대로 기분이 좋은 날도 있다. 보고가 잘 끝났거나 일이 잘 마무리된 날은 마치 라도 된 기분이다.

직장생활의 희노애락이 내 인생 전체의 희노애락을 지배한다.


직장인이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얘기를 난 납득하지 못했다.

업무를 통해 회사 안팎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있는데 우물 안 개구리라니.

근데 직장에서 날마다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마치 우물 안 개구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작은 곳에서 작은 고민만 하다 작은 존재로 늙어간다면 개구리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회사는 돈 버는 수단일 뿐이고, 최대한 회사를 이용해야 한다고 많은 직장인들이 얘기한다.

하지만 그걸 현실에 적용하는 건 쉽지가 않다.

돈 버는 수단이지만 남들한테 인정은 받아야 하고, 회사를 이용하기에 앞서 회사가 시키는 일만 다하기에도 하루하루가 버겁다.

정시퇴근하고 퇴근과 동시에 회사 일은 잊어야 된다는 거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누구나 인정 욕구가 있고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업무를 잘 해내야겠다는 그 다짐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생각과 기분을 장악한다.

그 다짐은 퇴근 후에도, 산책을 할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심지어 주말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에도 부지불식간에 회사 일을 생각하게 한다.

회사 일은 회사에서만 고민할 수는 없는 걸까.

스위치가 꺼지듯 퇴근과 동시에 회사의 모든 일을 잊어버릴 방법은 없는 걸까.




고민 끝에 나만의 원칙과 습관을 정해보았다.


첫째, 정말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8시를 넘기지 않고 퇴근한다.

예전에는 일이 많으면 일단 동료들과 저녁을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고 야근을 시작했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동료들도 없거니와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는다.

집에 9시까지는 와야 최소 1시간 이상의 자기 계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하루종일 회사 일만 하다가 잠든다는 건 너무 슬프다.

책을 읽든 글을 쓰든 공부를 하든 운동을 하든 나를 위한 시간을 꼭 만든다.


둘째, 오늘까지 꼭 해야 되는 일이 아니라면 야근하지 않는다.

마치 일과 사랑에 빠진 듯 하루종일 업무만 생각하고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퇴근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이 일을 해결하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성과가 있을 때까지 퇴근은 없었다.

그것도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기 때문에 오늘이 아니면 안 된다는 태도로 일하는 건 어찌 보면 미련한 모습이다.

미리 해서 좋은 건 조금 편안해진 내 마음뿐이다.

마라톤같이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지 않으면 결국은 뒤쳐지고 만다.  


셋째,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은 티타임을 가진다.

고객 미팅과 갖가지 회의, 요청하는 자료와 보고서 준비로 정신없이 일만 하다 퇴근하는 날이 많다.

내가 하는 일로 인해 주변의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해진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글을 어느 책에선가 본 기억이 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일이 아무리 급하고 중요하다 하더라도 사람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

꼭 시간을 내어 하루에 한 명과 작은 만남을 갖자. 단, 불평불만이나 험담은 사절이다.


내일부터 우물 속의 희노애락에 내 삶을 지배당하지 않으리라!

우물 밖을 바라보며 살자!


#글루팀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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