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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Aug 18. 2024

사람 다 거기서 거기라고 느껴지는 순간

나를 믿자

어릴 때 어른들은 대단해 보였다.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동네 아저씨들까지.

만화책에서 봤던 초능력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무언가 달라 보였다.

밥과 반찬을 뚝딱 만드는 능력.

갖가지 일을 하고 돈을 버는 능력.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 하는 능력.

심지어 정신없이 지나다니는 차들 사이로 유유히 무단횡단 하는 능력까지.

어린 나의 눈에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았다.

언젠가 내가 어른이 되어 똑같은 능력을 갖게 되리란 것을 그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나도 어른이 되었다.

20대, 30대를 지나면서 그런 능력들을 하나씩 습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나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의 능력자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을 쫓아가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았다.

더 높은 상위 레벨로 올라가서 사람들이 동경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40대가 되고도 여전히 비슷한 마음으로 탐나는 능력과 지식들을 습득하기 위해 애썼다.


40대 중반의 어느 때쯤.

어릴 때부터 대단하다고 느껴왔던 사람들의 능력들이 더 이상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물론 특정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최고가 된 사람들의 성과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한계, 인간의 연약함에 대해 확실히 알아버렸다고 할까.




첫째, 그들의 능력은 단지 그들의 힘으로 얻은 게 아니었다.


어린 시절,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말해주었던 많은 어른들.

과연 난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었을까.

직장도, 결혼도, 가정도 돌아보면 내 힘으로 이뤄냈다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있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 순간들, 알게 모르게 도와준 많은 사람들, 일상의 나의 감정과 날씨까지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의 현재에 영향을 미쳤겠는가. 감히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거머쥔 많은 사람들.

그들이 이룬 것들에 그들의 지분은 절반이 채 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둘째, 그들이 가진 능력만큼 커다란 약점도 가지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약점은 있다.

무대공포증이 있기도 하고, 대인관계가 서투르기도 하고, 멘탈이 약해서 상처를 잘 받기도 하고, 가정이 화목하지 못하거나, 알콜 의존증이 있기도 하다.

자신의 일에서는 대단해 보이고, 전문 분야에서는 최고로 인정받을지 몰라도 그들 모두 그만큼의 약점도 있었다.

인간적인 약점이 없다면 인간이 아닐테니까.




그래서 이젠 그 어떤 사람도 그렇게 대단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사람 다 거기서 거기니까.

그 사람의 업적이나 지위, 재산은 엄청날지 몰라도 그저 연약한 인간일 뿐이니까.


그걸 알고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어떤 사람 앞에서도 쫄리거나 주눅들지 않게 되었다.

어려운 사람은 있지만 다가서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저 하루 세끼 먹고 내 새끼들에겐 쩔쩔메고, 우울할 때도 있고 외로울 때도 있다.


그래서 이젠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조언보다 나를 더 믿기로 했다.

내 일에 가장 관심있고 가장 진심인 사람은 바로 나니까. 판단도 결과도 모두 나의 몫이다.

그래야 후회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모든 사람을 존중하되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는 말자.

사람 다 거기거 거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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