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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Jul 03. 2022

나는 날마다 해방한다.

“전 해방이 하고 싶어요. 해방되고 싶어요. 어디에 갇혔는지 모르겠는데 꼭 갇힌 것 같아요. 속 시원한 게 하나도 없어요. 갑갑하고 답답하고 뚫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요즘 즐겨보는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인상적인 대사다.


매일 아침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스트레스 가득한 직장에 가서 이리저리 치이다가 녹초가 되어 집에 오지만, 분리수거와 육아까지 쉼 없는 이 시대의 많은 직장인 마음이 꼭 그렇지 않을까. 주위의 시선이나 평판에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내 할 일만 하려고 해도 조직의 일원이 되는 순간 거대한 쳇바퀴 속에서 똑같이 뛸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월급을 덜 받더라도 업무를 조금만 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런 선택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회사 동아리인 ‘해방클럽’의 강령 3가지는 다음과 같다.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불행한 척하지 않겠다, (나를) 정직하게 보겠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정확히 인식하고 온전히 내 길을 걸어간다는 것. 그런 사람을 보면 참 특별하고 멋있어 보인다.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왔기에 그렇게 자기중심을 확실하게 지키고 있는 걸까


언젠가부터 난 끊임없이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이다. 지금 하는 일을 빨리 끝마쳐야 한다는 생각, 그다음 할 일, 다음 주에 해야 할 일까지 계속 되뇌며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강박, 주변의 사람 중에 챙겨야 할 사람이 없는지 계속 신경 쓰는 마음 등. 이런 생각과 감정들이 쉬지 않고 나를 압박해 온다. 심지어 TV를 볼 때,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누군가와 얘기하는 중에도 문득문득 이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침범해 온다. 그래서 책을 볼 때도 눈으로는 읽었는데 내용이 생각이 안 나서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곤 한다.


늘 쫓기듯 살다 보니 성격도 급해지고 예민해졌다. 운전을 하다가도 할 일이 생각나면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핸드폰으로 업무를 처리했고, 모든 일을 빠짐없이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타인의 작은 실수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상대방의 작은 요청도 거절하기 힘들었다. 분명히 예전에는 즐거웠던 일도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어떤 것에도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회사를 쉬어야 했다.

‘섬유근통증후군’  

흔히 들어본 병명이 아니라 그렇지 심각한 질병은 아니다. 아무 이유 없이 감기, 몸살 증세가 몇 달씩 지속되는 병이다. 일하기 힘들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사람들이 다가오는 게 부담스러웠다.


난 항상 남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센스 있는 사람으로, 책임감 있고 믿음직한 사람으로,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남들만 그렇게 인정해 준다면 난 정말 그런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타인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갈수록 내 마음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나를 알고 싶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외부 세계에만 신경 썼지, 내적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나에게 털어놓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는 내가 아닌, 진짜 나에게 마주 서기로 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내 현재의 삶을 바라보고, 앞으로의 길을 생각해 보는 일. 너무도 당연한 그 질문과 대답을 어렵게 시작했다.


글쓰기를 통해 작은 해방감을 느낀다. 단지 나를 조금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을 정리해 볼 뿐이지만 마음이 한결 자유로워졌다. 누가 볼까 봐 숨기려는 마음을 떨치고 과감하게 내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쓰려고 했다. 이제는 남들의 평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인정받고 싶다. 그래서 계속 적어 나가려 한다.


휴직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 나의 일상은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끝없는 업무 속에서 보이지 않는 압박을 견디는 전쟁 같은 하루하루가 또다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똑같은 일상에서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작은 해방의 순간들을 만끽하려 한다.


출근길에 듣는 기분 좋은 음악,   

동료들과 함께하는 아이스커피 한잔의 여유,  

며칠을 고민하던 업무를 잘 마무리하고 얻는 뿌듯함,

그리고 오직 나와 마주하는 고요한 글쓰기의 시간.


그 순간의 해방감을 연료로 난 오늘도 쳇바퀴 속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뛴다. 이제 나는 날마다 해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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