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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Jan 02. 2023

매일 글을 쓴다는 것

매일 한 편씩 글을 쓴다고? 그게 가능해?

매일 회사 가기도 버거운 평범한 내가 한 달간 빠짐없이 글을 쓴다는 건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근데 난 무모한 일을 쉽게 시작하는 편이다. 금방 후회하기도 하지만.


대학생 시절 유럽배낭여행 갔을 때가 생각난다.

방학을 맞아 호기롭게 책 한 권 들고 런던에 도착한 나는 첫날부터 정해진 숙소 따윈 없었다.

내가 가진 건 왕복 항공권과 유레일패스가 전부였다.

어찌 됐건 계획된 경로는 아니었지만 한 달간 무사히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런 P성향의 나는 더 강력한 P성향의 아내를 만나  수없이 휴가계획을 도맡아 세우고 있지만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에 맞춰 예약한 호텔이 막상 수영장이 없어서 절망한 일이 있을 정도로 미리 계획을 세우는 건 여전히 나에게 쉽지 않다.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춰 체계적으로 진행 나가는 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 짜인 틀 안에서 움직이는 건 지루하고 흥분되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한 달간 매일 글쓰기라는 계획과 틀은 시작부터 스트레스다.

오늘은 무모하게 시작했지만 내일 갑자기 글이 쓰기 싫어지면 어쩌지? 갑자기 약속이 생기거나 아픈 날은 어떻게 하지? 어떻게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삶에서, 아니 그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내 마음이 글쓰기를 미워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분명 포기하고 말 텐데.

  

하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기엔 희망찬 새해가 이제 막 밝았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룰 수 있을 거 같고 머든 도전해 보 싶은 작심삼일의 시작인 새해다.

그렇게 난 무모한 글쓰기를 오늘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설령 중간에 실패하는 날이 있더라도 늘 그렇듯 일단 시작은 해야겠다.

당장 다음 주까지 있는 3번의 회식 일정이 심히 부담이다. 집에 도착하면 10시가 훌쩍 넘을 텐데 무슨 수로 자정까지 글을 완성한단 말인가. 미리미리 주제를 정해 내용을 구성하고 1~2일은 앞서 글을 써나가야 한다.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당장 내일은 주제조차 정하지 못했다.

23년은 좀 더 여유롭고 평안한 마음을 갖자고 다짐했었는데 새해 둘째 날부터 또다시 쫓기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왜 글을 쓰려는 걸까.

나는 정말 글 쓰는 게 좋은 걸까.

진짜 나를 위해서 쓰고 있는 게 맞는 걸까.

내 마음속의 답은 나도 잘 모르겠다. 정답이 있기는 한 걸까.

글 쓰는 게 좋다가도 귀찮아지고, 나를 위해서 쓴다면서 늘 사람들의 평가를 염두에 둔다.


작년 6월 브런치 작가가 되고 꾸준히 글을 쓰고자 노력했다. 보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정성을 다해 퇴고하고 퇴고했다. 그렇게 한편을 올리며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꼈다.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보던 어느 날 내 글을 보는데 갑자기 너무나 형편없이 느껴졌다. 부끄러웠다.

스스로의 기준을 통과했다고 생각한 글만 발행했었는데, 이게 내 수준이라고 생각하니 글이 쓰기 싫어졌다.


지친 나를 위해 시작했던 글쓰기였다.

음엔 재미있어서 썼다. 오랜만에 느끼는 아날로그 감성이 좋았다.

그러다가 있어 보여서 썼다. 취미가 머냐, 퇴근하면 머 하냐는 질문에 글을 쓴다고 하면 꽤 괜찮은 사람같이 느껴졌다.

촉촉한 이야기로 세상을 적시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가 작가소개에 있지만 우선 내 마음부터 충분히 적셔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도 좋고 있어 보이는 것도 좋지만 내 글이 진짜 내 마음인지, 내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나를 알아가고 나를 위로하며 나를 응원하는 오롯이 나를 위한 글쓰기로 돌아가야겠다.


글쓰기의 본질을 찾아가는 한 달을 기대하며 오늘부터 1일.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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