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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Jan 04. 2023

이걸 20년 전에 알았다면..

40대 중반쯤 되니 참 많은 것을 새로 깨닫는다.

이런 걸 20년 전에 알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함께.

그 시작은 2년 전즈음 체력이 급격히 꺾이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면서부터인 것 같다.

매일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만성피로를 더 이상 안고 가기 버거운 상태가 되어서야 비로소 앞만 보며 달려온 세월을 돌아보게 되었다.


첫 번째는 인간관계에 투자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의 인간관계는 계속해서 확장된다. 학교를 다니며 직장을 다니며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며 지나간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인싸가 되고 싶었고, 직장에서는 인맥이 곧 성공의 가장 큰 무기라 믿었다. 직장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회식과 모임에 열심히도 참여했다. 내가 주도해서 필요한 사람들과 자리를 만들고 정기적인 모임을 운영하기도 했다. 물론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고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맞바꿔야 했던 내 시간과 건강.

과연 그것이 최선이었을까. 가장 효과적인 투자였을까.

그 시간을 나의 건강과 자기 계발, 가족들에게 투자했더라면 난 지금 보다 좀 더 훌륭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둘째, 아무리 바빠도 아버지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함께 시간을 보냈더라면 하는 후회가 크다.

아버지가 등산을 좋아하셔서 같이 가자고 했을 때 난 내 지인들과 어울리기 바빴다. 비로소 내가 산이 좋아졌을 때 아버지는 이 세상에 없었다.

아버지와 술 한잔 한 적이 없다. 그 거친 인생의 히든 스토리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 공장을 운영하시고 지방에 내려가셔서 매장을 관리하실 때도, 엄마와 오랜 기간 사이가 안 좋으실 때도, 택시 운전을 하시다가 귀촌을 준비하실 때도 난 아버지의 그 수많은 사연에 큰 관심이 없었다.  

늘 어렵게 느껴졌던 어린 시절 기억에 나이가 들어도 친밀한 사이가 되긴 힘들었지만 아들과 아버지의 숙명적인 관계는 자연스레 인생의 롤모델이 되고 나도 모르게 닮아가고 있었다. 그 속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노력했다면, 조금 더 가까운 시간을 많이 보냈다면, 인생의 순간순간 아버지의 지혜가 나를 더 올바른 길로 이끌었으리라.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서로 다가가는 법을. 그리고 진짜 몰랐다. 아버지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끝나버릴 줄은...


셋째,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이것저것 계산하지 말고 그냥 돈을 쓰는 게 나를 위해 좋.

물론 돈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여유 있는 형편은 아니었지만 돈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조금이라도 더 괜찮고 저렴한 물건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핸드폰을 붙잡고 있느니, 비싼 가격표 때문에 정말 맘에 드는 옷을 포기하고 계속 생각하느니, 그냥 돈을 좀 더 주더라도 맘에 드는 걸 사는 게 정신적으로나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다. 살다 보면 옷장에 자주 입는 옷보다 거의 안 입는 옷이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계절마다 필요한 옷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괜찮은 옷 사서 자주 입으면 그게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생각보다 옷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이건 순전히 중년 남자의 개인적인 견해임)

또 내가 계산해야 할 타이밍이란 생각이 들면 망설이지 말고 계산해야 한다.

가족여행 같은 특별한 날에는 과감하게 쓰자.

그런 날은 같은 값으로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많은 행복을 받을 수 있으니까.      


넷째, 학창 시절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건 공부다. 그때의 공부량이 아주 오랜 세월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얻는 걸 떠나서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했던 습관과 지식은 살아가는 데 큰 자양분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비판적인 사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기술, 상식과 교양이 그때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녀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수학 문제를 물어보면 자신이 없어지고, 해외여행과 출장을 갈 때마다 급히 영어회화책을 보며 매번 같은 문장을 외우게 되고, 책을 읽을 때도 오랜 시간 집중하지 못하고, 역사와 과학 얘기 앞에서 작아진다. 이 모든 게 학창 시절 부족한 학습량과 공부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친 듯이 진짜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한번 해봤더라면 내 인생은 많이 달라졌을 거다.


다섯째,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당연한 진리를 늘 마음속에 새기고 사람들을 대했을 것이다.

MBTI의 존재도 몰랐던 그때. 단지 혈액형으로 공통점을 찾아보는 정도였던 그 시절.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착한 친구, 공부 잘하는 친구, 싸움 잘하는 친구, 장난치기 좋아하는 친구가 있을 뿐이었다.

다양성. 이 좋은 말이 20년 전에는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서로를 몰랐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이라고,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그저 옳고 그름을 가리며 서로를 상처주기에 급급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그 존재만으로 특별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계속 나올 것 같다.

갑자기 60대가 되어 비슷한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래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경험하지 않고 깨닫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이제 40대에 하지 않으면 후회할 일들을 생각해 봐야겠다.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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