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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Jan 09. 2023

마지막 이별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우면 나는 오늘과 이별한다.

즐거웠던 오늘, 우울했던 오늘, 때로는 어제와 다름없는 평범한 오늘. 그렇게 매일 다른 모습의 오늘과 이별한다. 가끔 후회도 있고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딱히 슬픔을 느끼진 않는다.

눈을 뜨면 새로운 오늘과 만나기 때문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며 오늘은 다시 어제가 된다.

인류의 입장에서 보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하나의 인생은 계속해서 끝을 마주하고 있다.

내 인생의 오늘과 마지막으로 이별하는 날, 난 어떤 모습일까.

온전히 나답게 살지 못해서,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피곤해서 못한 일들, 부끄러워서 망설였던 일들, 두려워서 포기한 일들이 떠올라 괴롭진 않을까.


우리가 하는 이별은 대부분 우리의 선택의 결과다.

물론 상대방에 의해, 또는 환경의 변화나 사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일 경험하는 오늘과의 이별을 통해 우리는 이별을 연습하고 이별을 준비해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늘 하루 아무리 행복했던, 아무리 힘들었던지 상관없이 오늘과는 이별이다. 그리고 또 다른 오늘을 시작한다. 그날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누구나 마지막 오늘은 반드시 온다.


그 마지막 이별의 순간 떠나는 내 마음보다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이  슬프고 아쉬웠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그들보다 슬프고 아프다면 아직 내 안에 사랑과 열정이 많이 남아있다는 뜻일 테니까.

내 마음 구석 한 톨의 사랑과 열정까지 아낌없이 다 쓰고 마지막 이별의 순간을 맞고 싶다.

그래서 남겨진 사람들의 눈물엔 아쉬움이나 애통함이 아니라 순도 100%의 가슴 벅찬 감격만이 있기를 바란다. 아낌없이 후회 없이 남김없이 모든 걸 나누며 살아온 한 인생의 수고가 끝난 것에 대한 감격말이다.


이렇게 소중한 오늘

주어진 내 일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며

이렇게 하루를 돌아보며 생각하고 기록한다.


그렇게 나의 오늘이 끝나는 그날에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가슴 벅찬 감격을 느끼며 마지막 이별을 맞고 싶다.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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