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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Jan 18. 2023

나쁘게 하지 말자

사람들과 말을 하다 보면 그 말이 전부가 아닐 때가 있다. 말 뒤에 감춰진 무언가가 있다.


난 돌려 말하거나 의도를 숨기고 말하는 걸 잘 못한다. 아니 사실 거의 안 해봤다. 해야 될 필요성도 못 느꼈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물론 불편한 말은 최대한 감정 안 상하게 어휘 선택에 신중을 기해서 살짝 돌리긴 하지만 그건 누구나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다.


머리를 굴려서 말 뜻을 유추해 보고, 화자의 의도를 맞추기 위해 고심하는 일은 참 피곤한 일이다.

좋은 말을 어렵게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누군가를 칭찬하는데 빙빙 돌려서 핵심 단어는 숨기고 말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머리를 써서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면 십중팔구 나에게 안 좋은 말이다.

한마디로 나쁘게 하는 거다.


난 돌려서 말하거나 의도를 숨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생각해 보니 주로 싸울 때 그런 기법을 사용했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말문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면 직접적인 공격보다 속칭 돌려 까기가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SM(스몰마인드)인 우리 가족은 불만이나 화나는 일이 있을 때 문제를 직접 말하기보다 돌려서 어렵게 표현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결국 상대방을 탓하는 말이다.

우린 가족들은 이럴 때 "나쁘게 하네?"라고 한다.

그렇다.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은 상대방을 나쁘게 할 의도가 다분하다.


물론 용기가 부족하고 타격감을 줄이기 위한 나름의 선한 의도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예전엔 정보의 양이 달랐기 때문에 어렵게 얘기하면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고 상대방이 지칠 때쯤에야 의미를 풀어서 해석해 주었다. 왠지 고급스럽고 지적으로 보였다. 대화의 스킬이 의도한 대로 잘 먹혔다.

하지만 요즘엔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사람들이 아는 게 많고 눈치도 빨라져서 조금만 돌려 말하려고 해도 금방 말하려고 하는 바를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웬만한 스킬로는 어림도 없다.


불편하고 조심스럽지만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해보자.

같은 내용이라도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떻냐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말의 스킬보다 진실된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안 좋은 말이라도 진심을 담아 전달하면 온전히 전달될 수 있다.

반대로 상대방에 대해 나쁜 마음을 가지고 하는 말들은 나쁘게 하는 것으로 느끼게 되고 방어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다.


안 좋은 얘기를 하고 싶은가.

아무리 상대가 싫더라도 감정적으로 내뱉는 말들은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해로울 뿐이다.

나쁘게 말하지 말고 좋게 말해 보자.

같은 말이지만 효과는 정반대일 것이다.

말의 형식보단 내용이, 내용보단 태도가, 태도보단 마음이 중요하기 때문에.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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