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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Mar 20. 2023

일과 여가, 그리고 허무

일을 하면서 여가를 꿈꾸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여가를 즐기면서 일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다. 은퇴하신 분들을 보면 특히 그렇다.

퇴직 연령은 점점 빨리지고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 이 시대에 일과 여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요즘 돈을 벌어 조기 은퇴하는 파이어족이 유행처럼 회자되고 있다.

이른 나이에 투자 수익으로 세계 여행 다니는 사람들의 영상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인생은 허무하다.

누구에게든 길어야 90년 정도의 시간만이 주어진다. 그 시간을 남들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했다고 특별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90년 동안 성공과 행복을 위해 각자의 가치와 방식대로 일하고 여가를 보낼 뿐이다.

아무리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여가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해도 허무함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만족감으로 가득 찬  순간에도 뒤돌아보면 허무함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그 순간에도 허무함은 내 곁에 함께 있다.


평생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더 갖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때로는 뼈를 깎는 듯한 고통도 감내하며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자고 먹고 놀고 싶은 내 안의 욕구들과 끊임없이 싸운다.

오직 인생의 성공과 장밋빛 미래로 내 눈을 가린 채 앞만 보며 달려간다.

그런 과정 속에서 허무함은 잠시 내 곁에서 사라진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주말 아침 봄날의 햇살 속에서도 불현듯 허무함은 존재를 드러낸다. 




내가 평생 싸워야 하는 나 자신과의 싸움 중에 가장 크고 무서운 적이 허무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게으름과 나태, 안일함, 거짓과 욕심, 시기와 질투심도 힘든 상대고 이기는 일보단 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허무함은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적수가 아니다. 내 의지와 습관으로 싸우기에는 너무나 거대하다. 체급 자체가 다르다.


인간은 유한함이라는 태생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마치 육체 속에 영혼이 있듯 인류의 시작부터 허무는 함께 존재하고 있다.

인류의 풀리지 않는 숙제이자 풀 수 없는 숙제이기도 하다. 종교의 영역이다.


하지만 허무함이 함께 한다고 항상 불행한 건 아니다. 그저 함께 존재하며 함께 살아갈 뿐이다.

행복보다는 불행이 허무와 더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 허무는 모두를 똑같이 대한다.

인생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 허무는 더 크게 다가오지만 행복의 순간에도 허무는  함께한다.




누가 더 빨리 은퇴하거나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는지도 중요할 수 있다.

누가 더 여행을 많이 다니고 누가 더 신나는 경험을 많이 하는지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인생의 긴 여정 속에 어떻게 허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알아내는 것.

그것이 모든 일에 앞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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