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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Mar 09. 2023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난 여성이 좋다


어제보다 더 과감하고 명쾌하게 첫 문장을 시작해 본다.

참고로 아내는 내 브런치를 빠지지 않고 읽으며 피드백도 주고 있다.

마광수 작가의 '나는 X한 여자가 좋다'라는 책이 일으켰던 사회적 파장이 떠오른다.

하지만 난 이 평화로운 브런치 공간에 파장을 일으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말한 여성은 마광수의 책에 등장하는 여자와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여성의 이성과 감성이 남성의 그것보다 대체로 더 편하고 좋다.

이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발달이 여성은 24세에, 남성은 30세에 완성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남성들은 이성적이지 않을 때가 매우 많다. 

물론 여성들도 그렇지 않을 때가 많지만 남성들이 왠지 더 철이 없는 느낌이랄까.


과감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싸늘한 느낌과 함께 더 이상 글을 적을 수가 없다.

민감한 주제를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단 생각에 자판을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춰버렸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리며 되뇐다.

그래 오늘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고 글쓰기 모임에서 제시한 주제가 '여성'일뿐이다.




대학생땐 남자 선배보다 여자 선배들이 더 친절하고 편했다.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이모부보다는 이모가, 외삼촌보다는 외숙모가 더 가까웠고

교회에 가면 장로님들보단 권사님들이 훨씬 정겹고 친밀함이 느껴진다.

아빠보다는 엄마가 정서적으로 애착 관계가 월등히 높다.

딸과 아들은... 똑같다...(딸과 아들도 내 브런치를 구독 중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대체로 과묵하고 딱딱하다.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생략하고 복잡한 내용은 핵심만 함축하여 말한다.

하지만 꼭 해야 할 중요한 얘기보다 오히려 시시콜콜한 얘기들이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고 관계를 이어준다.

다양한 사이드디쉬가 메인디쉬를 돋보이게 하듯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남성은 여성보다 대체로 거칠고 고약하다.

학창 시절 남자들 사이에선 다정함과 친절함은 집단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얼마나 편하게 욕하고 때릴 수 있는지가 서로 간의 친밀함을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직장에 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자 상사들은 쉽게 짜증 내고 화내며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한다.

관계를 맺고 회복하는 방식도 투박하다. 밤새도록 술 마시고 노래하고 함께 소리 지른다.




여성의 상냥하고 친절한 감성이 좋다.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겉으로는 대체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태도를 취한다.

그래서 좀 더 부담 없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얘기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한다. 문제를 해결해 가기 수월하다.


남성은 나이가 들어도 자신을 내려놓지 못한다.

할아버지의 말과 행동은 대체로 거칠고 투박하다.  

여전히 자신의 위치에 연연하고 타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고집과 아집으로 여전히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을 많이 한다.


할머니는 느낌이 좀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성숙해 가고 조금씩 세상을 포용해 간다.

아줌마가 되어 자신을 내려놓기 시작하고, 할머니가 되며 배려와 희생의 감성은 절정에 이른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내 이웃이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에게든 쉽게 다가가 친구가 될 수 있다.

할머니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접근과 말 걸기 스킬, 포근한 스킨십으로 단번에 타인의 마음을 녹여버리는 소통 신공은 그 어떤 인간관계의 달인이 와도 상대가 안 될 것이다.


나는 남성이다.

하지만 그 어떤 남성보다 다정하고 친절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살고 싶다.

할머니 같은 할아버지가 되어 타인과 소통하며 포용하며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멋진 삶을 기대하며,

세계 모든 여성의 위대함에 박수를 보낸다.


p.s 저는 남성의 삶에 매우 만족하며 수많은 남성들과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혹시나 오해가 없으시길..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의 운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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