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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Feb 04. 2023

봄을 심는 사람

생일을 자축하며

2월 4일 입춘. 봄이 시작되는 날.

이렇게 좋은 의미의 오늘이 바로 내 생일이다.

학창 시절에는 생일이 주로 개학식이어서 친구들의 축하와 선물을 받기가 쉽진 않았다.

하지만 입춘이라는 의미를 가진 내 생일이 좋다.

끝날 거 같지 않던 추운 겨울이 드디어 지나가고 봄의 기운이 서서히 시작되는 첫날이라니.

그렇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사람, 아니 존재만으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머니 성함은 춘식이다.

얼마 전 새로 나온 카카오프렌즈의 새로운 고양이 캐릭터 이름과 같다.

덕분에 지금은 유명하고 귀여운 이름이 되었지만 춘식이란 이름은 참 투박하고 촌스럽다.

시절 학창 시절엔 부모님 이름을 밝힐 일이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조금 머뭇거렸던 것 같다.

평생 불려질 이름을 왜 이렇게 이쁘지 않게 지었는지 할머니에게 따지고 싶었다.


얼마 전 엄마 이름의 뜻을 처음 알게 되었다.

봄 춘, 심을 식. '봄을 심다'라는 뜻.

순간 무릎을 탁 쳤다.

뜻이 너무 좋아서 놀랐고, 내 생일과 기가 막히게 연결되어 또 한 번 놀랐다. 왜 그 뜻을 한 번도 궁금해본 적이 없었을까.

엄마가 나를 심으셨다.

겨울을 끝내고 봄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그 봄의 길목에서 나를 심으신 것이다.


봄은 희망이다.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봄은 따스하다.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무장 해제시킨다.

 봄의 씨앗으로 심겨 봄이 시작하는 날 태어났다. 봄날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것이 나의 숙명이라고 믿어본다.

강력한 봄의 기운으로 춥고 힘든 세상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봄을 심고 싶다.


봄의 작은 씨앗들.

설렘과 희망의 씨앗.

따뜻함과 행복의 씨앗.

평화와 화합의 씨앗.

그 씨앗들이 봄날의 햇살을 받아 쑥쑥 자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

그 시작은 작은 씨앗을 우리의 마음에 믿음으로 심는 것부터다.

나의 마음에 봄을 가득 꽃 피우고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봄의 향기를 나누리라.


오늘 아내의 생일 축하 카드에 담긴 글이 나의 봄을 더 생명력 있게 만든다.

"봄을 좋아하는 나는 항상 봄을 시작하는 자기를 만나 이렇게 포근하고 행복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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