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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Jan 26. 2023

자녀에서 부모로

사람은 누구나 자녀로 태어나 부모가 된다.

서서히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는 순간, 그 즉시 부모가 되고 만다.

부모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당연한 듯 받기만 했던 자녀의 시기가 끝나고 자녀에 대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부모가 된다는 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다.   

하지만 갑자기 된 부모는 그 역할이 서투를 수밖에 없다.

자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부모도 부모의 역할을 배우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이를 안고 씻기고 먹이고 놀아주는 모든 일들이 처음이다.

부모라는 새로운 세상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부모가 되었다고 자동으로 할 줄 알게 되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

아이를 가르치고 혼내고 싸우고 화내는 매일매일 자녀와 함께 배우고 성장할 뿐이다.




미운 네 살이 된 자녀 버릇을 고쳐보겠다며 TV 프로그램에서 본 대로 고집부리는 딸의 팔다리를 제압하고 한참이나 아이와 맞섰던 적이 있다.

딸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결말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 딸의 울부짖는 얼굴을 보느라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마음 약한 아내와 장모님도 분명 눈물을 훔치고 있었을 것이다.

중학생이 된 딸은 그 누구보다 착하고 배려심이 깊다.

그땐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 아이들은 유아시기에 단단히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평생 못 고친다는 얘기.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내 안의 오기, 자존심이었을지 모른다.

부모인 내가 자녀인 너를 훈육하면 잘 듣고 뉘우치고 반성해야 함이 마땅하거늘 끝까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는 딸을 이기고야 말겠다는 오기와 자존심말이다.

여기서 지면 난 부모로서의 자격이 없고 앞으로 딸은 아빠를 무시하고 더 버릇없어질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내 행동을 정당화했다.

딸은 왜 빨리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왜 울면서 끝까지 버티려고 했을까.

딸의 마음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나처럼 계산된 행동은 아닐 것이다. 설령 계산했다면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결박을 벗어 나오는 편이 훨씬 현명했. 그걸 알기에 네 살은 너무 어렸다.

딸은 아빠를 무시하지도 자존심을 꺾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저 아빠가 왜 이러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른 채 공포와 억울함, 슬픔에 휩싸여있었던 건 아닐까.




얼마 전 가족여행 중 숙소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들이 먼저 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아이를 울리고 말았다.

내가 어릴 때는 아버지가 숟가락 들기 전까진 절대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순간 부모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착각과 함께 분노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들은 그 누구보다 예의 바르고 착실하다.

아빠의 권위에 도전할 의도는 추호도 없어 보인다.

단지 너무 배가 고팠고 메뉴가 다르니 괜찮다고 생각했을 거다(아들 혼자 편의점 컵밥을 데워 먹었다)

결국 부모가 경험하고 듣고 생각한 기준에 맞춰 자녀들을 대한다.

마음 깊이 그것이 맞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만이 옳다는 위험한 믿음이다.

가정마다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관계가 다르다. 부모와 자녀별로 모든 케이스가 다를 수밖에 없다.




1960년에 제정된 자녀체벌 관련법이 작년에 폐지되었다.

"민법 제915조 (징계권)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삭제  <2021. 1. 26.>" 

가부장제 문화에서 자녀는 부모 마음대로 처우를 결정할 수 있는 존재였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며 소중하고 특별한 인간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한 기준과 방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모의 마음이다.

자녀를 부모와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모든 부모는 자녀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녀는 부모가 될 것이다.

서로의 서툼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믿어보자.

우리는 다르지 않으니까.



#글루틴 #팀라이트 #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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