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 2
겨울이 오겠다.
아침해가 어슴푸레한 게. 침대에 애써 실낱 같은 온기들을 끌어모으려 한껏 몸을 말게 되는.
더위에 뒤척이던, 아침이 반가웠던 여름이 벌써 가물가물하다.
이불속을 벗어나지 못한 채, 굳이 해야 할 일을 찾아 헤맨다. 잡히는 대로 입던 옷을 굳이 머릿속에서 구상한다거나, 매일같이 틀던 기상곡을 괜히 고심하는 등. 한참을 시답잖게 꾸물거리다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을 때가 되면 한 번에 움츠렸던 몸을 쭈욱 펴본다. 이때 한 번에 몸을 일으키지 않으면 오늘도 지각이 확정된다. 그 찰나에서 수차례 겪어본 경험을 토대로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 성장하는 인간이 된 것 같다. 얄팍한 성취감 같으니.
하지만 결국, 오늘의 부지런함도 방어에 성공했다. 아마 겨울엔 끊임없이 이렇게 방어하며 지내겠지.
지하철의 북적임을 외투로 한차례 막고 나면 아직은 춥지 않다는 듯 이마에 땀이 맺힐 때가 있다.
여름과 가을 사이, 끈질기게 들러붙었던 감기 때문에 부러 따뜻하게 입고 다니는데, 이런 순간엔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정작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땐 코트만 여미는게 순 모순덩어리다. 핫팩을 목뒤에 붙이고 다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날씨에 본가에 있던 패딩을 뒤늦게 입었던 작년이 떠오른다.
오늘이 화요일이던가. 혼자 읊조리다 무려 하루를 돌이킨 것을 알게 되었다. 수요일이다아. 시간을 건너뛴 것도 아닌데 괜스레 기분이 좋다. 어제의 고통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토록 미래에 맹목적이구나.
지난 주말, 꼭꼭 막고 있던 부지런을 발로 옮겼다.
고향이 아닌 타지에 오니, 당연한 듯 지도 어플을 사용했다. 출 도착지만 입력하면 최소도보기준으로 버스시간, 지하철 노선 모든 게 나온다. 다르게 말하면, 인지하는 것이 출 도착지와 정류장 밖에 없다.
직접 걸으니, 길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천천히 보니, 동네가 보인다.
생소한 동네라 생각하다 한 골목 너머의 익숙한 길들을 보면 한 치 앞을 못 보고 다녔구나.
10년이 다되어가는 타지살이에 내가 왜 이리 이방인같이 느껴지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두려움이란 방패에 숨어 목적지에만 집착하니, 그 이면의 다른 것들을 볼 수가 있었을까.
아는 동네가 아닌 그냥 와본 적이 있는 동네라 해야겠다.
모르는 동네가 아닌 알려는 노력이 없었던 동네라 해야겠다.
어쩌면 나는 도시의 이물감만을 느낄 수 있는 생활을 해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모두 알고 나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구태여 알 필요 없다고 뒤로 치우다 알아야 할 것들도 뒤로 하진 않았을까.
두려움에만 집중하진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