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리에이스끼 끌라스] 한국어학급 가야지~
2025년 3월에 전학 온 다*드는 이제 한국어가 조금 늘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인사는 기본이고
내가 뭐라고 말하면 "네." "아뇨."라고 대답하거나
친구와 장난치다가 이를 때 "선. 생. 님! 파*가 나쁜 말해요!"라고 문장을 말할 때도 있다.
앗쌀람 알라이쿰이라고 인사해서 나를 충격에 빠뜨렸던 그 아이가 이렇게 발전하다니 기특하다.
아침활동 후 1교시를 시작하기 전
"корейский класс ~"
[까리에이스끼 끌라스~]
"한국어학급 가야지~"
라고 말하며 한국어 학급에 가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그럼 다*드와 알*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필과 지우개를 챙겨 교실문을 나선다.
우리 학교 한국어학급은 정식으로는 초등교사들에 의해 4개 반이 운영되지만 한국어 실력이 더딘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실제로 한국어강사를 채용해 9개 반까지 운영하고 있다. 한 반에 10명 정도씩 배정되어 있고 심지어 거기도 못 들어가면 따로 문해력 강사를 신청해서 듣기도 한다.
우리 반은 3월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처음 전학 온 다*드와 같은 나라에서 12월에 전학 온 알*나가 매일 1~4교시에 한국어 8반에 간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우즈베키스탄에서 전학 온 파*는 아직도 한국어가 서툴러 매일 2~3교시에 한국어 7반으로 간다. 그리고 파*처럼 저학년 때 러시아에서 전학 왔지만 한국어 및 학습능력이 많이 부족한 막*도 조선족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문해력 학급에 주 2회 정도 2시간씩 간다.
처음에는 한국어학급에 가는 아이들을 챙기는 게 버겁게 느껴졌다.
바쁜 아침에는 적어놔도 잊어버리기 일쑤여서 연락이 오면 급하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익숙해지자 아이들이 기억해서 "다녀오겠습니다~"하며 잘 다니기 시작했고 가끔씩만 챙겨주면 됐다.
한국어학급에 다녀오면 나는 꼭 물어본다.
"Что ты выучил?"
[슈또 띄 븨우칠?]
"오늘 뭐 배웠니?"
이 문장은 한국어학급 7반에 다니는 파*에게 물어봐서 써먹는 거다.
하지만 정작 이 문장을 가르쳐준 파*는 늘 똑같고 비슷한 대답이다.
"음, 몰라요~"
"기억 안 나요~"
"한국어 단어 배웠어요~"
"오늘은 과목 배웠어요~"
몰라요라고 대답하면 왜 몰라, 기억해 봐~하고 또 물어보고
한국어 단어 배웠다고 하면 어떤 단어를 배웠니 하고 물어본다.
저학년 때 왔는데 왜 못할까 싶지만, 우리 학교 특성상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 절반 정도 되기 때문에 한국어를 굳이 잘하지 않아도 공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한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한글을 읽게 되는 건 금방이다. 단, 뜻을 잘 모르고 읽는 것이다.
한국어를 잘한다는 것은 읽으면서 무슨 뜻인지 이해해야 하는 것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단어를 이어 붙여서라도 간단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이 많이 필요한데 학교 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 한국어로 말을 잘 못해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면 한국어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 것이다.
파*의 경우 조금 특이한데 자신이 억울할 때는 한국어가 막 튀어나온다.
"키* 말. 했. 어. 요! 내가 안쳤어요! 그런데 욕했어요! 그래서 내가 욕했어요! 그런데 선생님한테 나 욕했다고 말했어요!!!!!!!"
웃기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혼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한국어를 정리해 천천히 말해가며 애정을 담아 명료한 한국어 문장과 약간의 러시아어 단어를 섞어가며 혼을 낸다.
"키*, 파* 이리 와! Иди сюда[이디 슈다]!"
"키* 욕했어?"
"아니에요~! 얘가 먼저 쳤어요!"
"파* 안쳤다는데?"
"아니에요! 쳤어요!"
"파*, 쳤어? 안쳤어?"
"정말 안. 쳐. 어. 요! 다른 애가 치고 간 거예요!"
"그렇다는데?"
"저는 파*가 친 줄 알고 그런 거예요."
"그래도 욕한 건 나쁘지! 파*도 키*이 욕했다고 같이 욕하면 나쁘지. 둘 다 плохой[블락호이]. 서로 욕하지 마. 사과해. Извини[이즈비니]!"
"Извини.(미안)"
"Извини.(미안)"
한국어학급 선생님들과도 종종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아직 한창 즐겁게 뛰어놀 아이들은 한국어 공부에는 그다지 의욕을 안 보인다고 한다.
특히 휴일이나 명절, 긴 방학이 지나면 다시 한국어 실력이 쇠퇴해서 학교에 온 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숙제를 내줘도 해오지 않으니 소용이 없다.
그래서 내가 나름대로 학급에서 하는 것은 한국어로 발표시키기, 한국어로 많이 말 걸기다.
외국 아이들이 오면 더 말을 많이 하려고 한다.
"머리 잘랐니? 예쁘네. 어디서 잘랐니?"
"주말에 뭐 했니? 더 자세하게 말해볼래?"
"625 전쟁에 대해 화면 보면서 말해보자. 네가 말한 단어 3개를 이어서 자연스럽게 말해볼래?"
한국어를 잘 알아듣고 말하는 편이어도 수업내용이 어려워 자신감 있게 말하지 못하기도 하고 나와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도 한국어 잘하는 다른 가족을 바꿔주기도 한다.
서툴러도 선생님이 러시아어를 막 말하는 것처럼 한국어를 막 말할 수 있길.
그러기 위해 외국에서 온 학생들에게는 조금 더 친절해지기로 한다.
조금 더 다정히, 혼낼 때도 최대한 한국어로든 통역을 통해서든 설명을 해주려고 한다.
두 가지 언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 것임을 종업식 하기 전, 다시 한번 알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