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Привет! [쁘리비엣] 안녕! 우리의 첫 만남

이곳은 한국의 러시아어권 국제학교입니다.

by 쏭쏭이쌤

개학과 동시에 우즈베키스탄 학생이 한 명 전학 왔다.

아침부터 헐레벌떡 이리저리 뛰어다니시는 다문화부장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고 우리 반에 오셨다.


"선생님, 우즈베키스탄 전학생 데빗이에요. 한국말은 하나도 못하고요, 그래도 착해요."


안 그래도 전학생이 온다고 했는데 안 와서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착해요.'

라는 말과 함께 훌쩍 교실을 떠나버린 부장님의 뒷모습을 보는데


'한국말은 하나도 못하고요.'


라는 문장이 내 마음 한구석에 확 자리 잡았다.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짧은 순간에도 약간의 식은땀이 날 것 같은 긴장감이 온몸으로 확 돌았고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지나쳤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리아와 이베르나가 있다.

아침 등교부터 시끌벅적 러시아어로 수다를 떨며 들어오던 아이들.

이베르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왔고 다리아는 러시아에서 왔는데 러시아어로 서로 소통을 한다.

수업 내내 외국 아이들에게 통역도 한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새로 전학 온 데빗을 반 아이들에게 소개 했다.


"자, 새로 전학 온 데빗입니다. 드디어 교실에 왔네요. (데빗의 눈을 마주치며) 데빗, 인사를 해볼까요?"


데빗이 조용히 그냥 서있자 이베르나가 통역을 해준다.


그러자 데빗이 조용히 인사를 했다.


"앗쌀람 알라이쿰"


오 마이갓.

앗쌀람 알라이쿰이라니...

이건 70년대 아버지께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하셔서 알려주셨던 인사말인데......


아이가 그렇게 인사하고 가만히 있길래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눈치 빠른 이베르나가 바로 내 말을 통역을 한다.


"하라쇼."


"하라쇼는 선생님이 알아요. 기쁘다는 뜻이죠?"

외국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유튜브로 열심히 영상을 듣고 온 게 도움이 되다니!


그리고 14권의 교과서가 쌓여있는 빈자리로 데빗을 안내했다.


"데빗, 여기 앉아. 이건 교과서인데 총 14권이야. 맞는지 세어봐. 세르게이, 케빈, 통역 좀 해줄래?"


양옆에 앉아있던 러시아에서 온 케빈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세르게이가 열심히 통역을 한다.

약간 쑥스러운 듯 나랑은 눈을 못 마주치던, 나만큼 키가 훌쩍 큰 데빗은

친구들이 알아듣게 말을 건네자 그제야 표정이 풀어지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어서 8개 종류의 러시아어로 번역된 가정통신문을 건네주었다. 어떤 것은 한 장에 2개의 언어가 번역되어 있고 어떤 것은 한국어 안내장 따로 러시아어 안내장 따로 있다.


"데빗, 이건 하이클래스 가정통신문이야, 알림장 같은 거 올릴 거야. / 안내문 보고 앱을 깔면 돼. /종이는 다시 가져올 필요 없어./ 식품 알레르기가 있니? /없으면 이건 안 가져와도 돼./ 학생기초조사하는 거 부모님이 작성해서 주셔야 해./ 개인정보 동의서들도 내일까지 작성해서 가져와./ 응급처치 관련한 것도 내일까지 가져와."


한 문장 한 문장 끝날 때마다 세르게이, 케빈이 열심히 통역을 해주었다.



그렇게 첫날이 정신없이 흘러가고 둘째 날이 되었다.


우리는 수업시간에는 특별히 도움이 필요하지 않는 한 한국어와 영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선생님이 어제 하루 우리 반을 지켜보았는데 러시아 말을 너무 많이 써요. 우리 반 전학생 빼고는 외국에서 온 친구들 대부분이 한국말을 잘 알아듣기 때문에 더 잘 말할 수 있는데 러시아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한국어가 안느는 것 같아요. 이해됐나요? 대신 영어도 쓸 수 있게 할게요. 영어는 공평하죠. 한국 친구들도 외국어고 외국 친구들에게도 외국어니까요. 친구한테 말할 때도 수업시간에는 꼭 한국어나 영어로 짧게라도 말해주세요. 알겠죠? 대신 아침 시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러시아어를 자유롭게 사용하세요. 알겠죠?"


나는 그 밖에도 선생님으로서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해 가르칠 필요가 있고, 한국에서 오래 살 거 기 때문에 한국어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한국 아이들에게도 여기는 아무나 갈 수 없는 러시아어를 쓰는 국제학교인 것과 다름없다는 것과 친구들의 언어도 배워보자는 말을 전했다.


그리하여 1인 1역할에 영어팀에 이어 러시아어팀이 생겼고 앞으로 이들은 우리 반의 러시아어 실력을 끌어올려줄 예정이다.

그렇게 칠판 한쪽에 나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오늘의 러시아어 한마디를 쓰고 발음하는 법과 뜻을 알려주었다.


Привет [안녕]

П /p/

р /r/

и /i/

в /v/

е /이에/

т /트/


아이들은 진지하게 집중해서 내 설명을 들었다.


"어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데빗이 인사했던 말 기억나나요? 뭐라고 말했나요?"

"앗쌀람 알라이쿰!"

"맞아요. 그럼 앗쌀람 알라이쿰은 무슨 뜻일까요? 쁘리비엣처럼 안녕이라는 뜻인가요?"


이베르나와 다리아는 알지만 한국어로 잘 말을 못 하는 것 같았다.

다른 외국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맞나요?"

아이들이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앗쌀람 알라이쿰이라는 인사를 들으면 알라이쿰 앗쌀람하고 인사하면 되나요 데빗?"


그러자 데빗이 고개를 끄덕이고 내 발음이 이상했는지 다시 한번 본인이 정확히 발음해 주었다.


이제 나의 외국 문화에 대한 상식과 지식이 바닥났다.

동시에 우리 반은 홍삼반이 되었다.

삼사반, 오아시스반, 홍삼반.

각 모둠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너무 시끄러웠음!! 러시아어와 한국어의 환장의 콜라보 ㅠㅠ)

발표했는데 건강한 삼반이 되자는 홍삼반이 되었다.


삼사가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음식이라고, 안에 고기가 들었다고 삼사반에 대해 발표하는 이베르나가 기특하면서도 아, 한국어 발표력을 끌어올려주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한국어를 더 자유롭게, 편하게 말하게 할 수 있을까?

일단은 편안한 분위기를 마련해 보자.

한국어로 말하면 적극 반응해줘야겠다 싶다.


수업시간에 한국어 사용을 강조하자 외국 아이들 사이에서 약간은 기죽어 있던 한국 아이들이 조금은 기운을 차린 것 같다. 그리고 이베르나, 다리아, 도리아가 나에게 오더니 공기놀이 하는 거 없냐고 물어보며 자기들이 공기를 엄청 잘한다고 서툰 한국어로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모습에 열심히 자료실을 뒤져서 공기를 한통 교실에 가져다 놓았다.


내일은 우리 반의 규칙을 만들고 수업도 하며 추가된 보드게임들을 안내해 줄 거다.

언어는 다르지만 결국 내가 가르치던 대로, 소통 중심의 학급운영을 차근차근하고 있다.


하이클래스 앱에 가입하는 몇몇 외국인 학부모님이 자꾸 학생계정으로 로그인이 되는데 번역기를 열심히 돌려서 안내해 드렸고 처음으로 외국인 학부모님과 소통을 해본 것이라 자신감이 생겼다.

나는 서툰 러시아어로, 학부모님은 서툰 한국어로 우리는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했다.


개학 첫날 출석을 부를 때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데 '외롭다'라고 했던 마리안느가 계속 신경 쓰인다.

오늘도 하루종일 조용히 앉아있다 갔는데 내일은 데리고 이야기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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