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Наш класс [나쉬클라스] 우리 반

우리는 평범한 초등학교 5학년

by 쏭쏭이쌤

건강한 3반, 홍삼반 아이들에게 총 13개의 역할의 정해졌다.


러시아어팀의 리더 이베르나가 팀원들과 열심히 러시아어 카드를 만든다.

오늘까지 총 5개의 러시아 단어를 배웠다.


Привет[쁘리비엣] 안녕 (친한 사이)

Пока[빠카] 잘 가~ (친한 사이)

класс[끌라스] 교실

пенал[삐날] 필통

Вода[와다] 물


영어팀은 벽에 붙어있는 사이트워드 100개를 우리 반 친구들에게 읽게 해야 한다.

교과서 1단원의 단어카드도 만들어서 발표했다.

영어 그림책 한 권의 단어카드도 만들어야 한다.

할 게 너무 많다며 영어팀 아이들이 월급을 더 올려야 한다고 난리다.


경찰관은 발랄한 케빈이 맡았는데 전학생 통역을 도맡아 하느라

수업시간에도 러시아어를 해야 하고 노느라 바빠서

아이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깔끔이는 원래 역사적으로 월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하기 싫은 일이기 때문에 인기가 별로 없었는데

의외로 외국 아이들이 걸레질하는 것에 흥미가 있어서 교실이 빤딱빤딱 빛나고 있다.


청소기 담당은 발을 다쳐 학교를 계속 못 나와서 다른 친구들이 돌아가며 해주고 3 캔디씩 벌고 있다.


캔디는 우리 반 학급화폐 이름이다.


홍삼 캔디.


내가 홍~삼! 외치면

아이들이 캔~디! 외치며 집중한다.


비서는 전교 부회장 아이 두 명이 하고 있는데 학급에서 이것저것의 일을 한다.


체육부장은 원래 한 명을 뽑았는데 체육 선생님이 두 명이 필요하다고 해서 한 명을 더 뽑았다.

담임 체육 시간에 운동장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기 전

큰 목소리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훌륭하게 준비운동을 시켰다.


에너지 담당인 마리안느는 교실을 이동할 때 조용히 불을 끄고

청소를 할 때 창문을 연다.


분리수거 담당은 재활용품이 모이면 빠르게 가져다 버린다.


한국어교육팀은 우리 반 외국 친구들의 한국어교육을 추가로 담당한다.

함께 읽은 그림책에 나온 한글 단어와 문장카드를 만든다.



일주일쯤 지나자, 친절한 편인 담임선생이라고 생각한 아이들 중 몇몇 한국 아이들이 마치 집에서 엄마한테 하듯이 말한다.


"아, 하기 싫어요. 안 할래요~~~~"


나는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말한다.


"지금, 그 말은 선생님한테 굉장히 예의 없는 말이야. 선생님은 엄마가 아니야. 체육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시킨 거야."


아이는 다행히 바로 "죄송합니다." 한다.


우리는 역할을 정하고 어떤 반을 만들지 이야기하고 썼다.

그 이야기들을 정리해 핵심 단어들을 뽑아냈다.


존중, 정직, 배려, 질서, 책임감.


아이들은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서 말과 행동으로써 존중받길 원했다.

자신의 물건을 누군가가 함부로 쓰지 않길 원했고

교실과 교실 외의 공간에서도 안전할 수 있길 바랐다.

각자의 역할을 잘하는 것도 원했다.


규칙을 정리하고 설명하며 덧붙여 말했다.


"선생님이 친절한 것은, 너희들을 존중하기 때문이야. 너희들은 각 가정에서 소중한 자식들이니까. 선생님이 화내거나 크게 소리친 적 있니? 친절하다고 해서 선생님에게 집에서 하듯이 해서는 안돼. 여기는 학교고 작은 사회야. 따라서 친한 친구들에게도 함부로 말하면 안 돼."


외국 아이들을 위해 천천히 말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착하기 때문에 진심이 전해졌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 아이들 중에 절반은 못 알아들었겠지만 마음이 전해지길 바랐다.



건강한 홍삼반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3월의 아이들은 아직 새로운 사회를 살아내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과학시간이 끝나고 케빈이 헐레벌떡 나에게 온다.


"막시스가. 수업시간에. 제 목을 세게 잡았어요. 흔들었어요."

"왜? 왜 그랬는데?"

"수업 때 장난치지 말.라.고 그랬어요. 그런데 계속 했.어.요. 그리고 손가락 욕도 했어요."

"그랬어? 막시스가 잘못했는데?"

"제.가. 선생님한테 말한다고 했어요. 그래도 했어요."

"알겠어. 막시스 어딨어?"

"계단에 있.어.요."


원래 미술수업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다문화 언어시간에 배운 러시아 노래가사를 쓰게 했다.

그리고 케빈과 함께 막시스를 찾아서 러시아어 원어민 선생님께로 갔다.

다행히 러시아어를 알아듣고 말도 하시는 한국인 다문화 부장 선생님도 계셔서 우리는 함께 이야기했다.


막시스는 케빈이 예전에 자기를 욕했던 것도 마음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케빈은 그때 막시스를 욕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러시아어 선생님은 한국어를 모르고 이해가 안 가도 수업시간에 장난치지 않고 집중해서 바른 자세로 선생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지도해 주셨다.

막시스가 또 다른 아이의 목도 세게 잡았는데 늘 막시스에게 통역을 해주는 세르게이였다.

세르게이는 막시스에게 햄버거라고 말을 했고 막시스는 그 말에 화가 나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원어민 선생님은 다시 한번 그런 일이 있을 경우 친구에게 나쁜 행동하지 말고 담임 선생님에게 말을 하라고 했다.


외국 아이들도 한국 아이들과 똑같다.


그냥 그런 장난이 불씨로 남아 어느 순간 팡 터진다.


평화로운 반을 모두가 그렇게 바라지만 평화를 위해서 거쳐야 할 수많은 갈등들이 있다.

나는 그 갈등들을 적극 중재하고 혼내고 가르친다.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터덜터덜 약간은 어색하게 교실로 돌아가는 막시스와 케빈을 보며

한국말을 거의 못 알아듣는 막시스의 마음을 헤아렸다.

가뜩이나 학교 수업도 거의 못 알아듣고 힘든데 자꾸 자기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친구들의 말들이 듣기 싫었을 거다.

교실로 들어가기 전 막시스를 붙들고 갓 배워서 기억하는 러시아 문장을 말했다.


Я люблю вас. [야 류블류 바스]

Я люблю вас. [야 류블류 바스]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올해도 우리 반 아이들을 무조건 사랑해 줄 수 있기를.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진심이 아이들 마음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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