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урок[우로크] 수업

수업은 어려워

by 쏭쏭이쌤

학교 생활이 벌써 3개월이 지나간다.



수학시간에 3명이 울었다.

러시아에서 온 막*,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에*리나, 한국아이 은*.


문제 푸는 발표를 적당히 시키고 그냥 넘어갔어도 됐는데 굳이 이해를 못 할 것 같은 아이 3명을 부른 것이 화근이었다.

설명을 잘 못하는 것 같으면 들어가라고 했어도 됐는데 분명히 앞에서 친구들이 설명해 준 문제인데 똑같이만 말하면 되는데 말을 못 하는 게 이해가 너무 안 돼서 말할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막*은 거의 내가 옆에서 알려주고 쓰라고 한 다음 들어가게 했는데 책상에 엎어져 울었다.

에*리나는 앞에 나오더니 얼굴이 씨뻘개졌는데, 통분하는 것을 알려줘도 못써서 답답한 나머지 내 목소리가 점점 올라가자 안 되겠어서 자리로 돌려보냈다. 수업이 끝나갈 때쯤 다시 내 자리에 와서 설명해 보라고 했는데 눈물을 흘렸다.

은*이는 도대체가 말을 안 한다.

문제 푸는 것을 모르면 모른다, 발표가 어려우면 발표가 어렵다, 말을 하라는데도 안 하고 한참을 내 자리 옆에 있더니 자기 자리로 들어가면서 얼굴을 찡그리고 사물함을 세게 닫으며 화난 것 같은 행동을 하길래 태도를 혼냈더니 사회 수행평가 문제도 안 풀고 점심을 안 먹겠다며 갑자기 펑펑 울었다.


세 명이 연달아 울자 나도 울고 싶어졌다.

사람인지라 화도 났다.

펑펑 우는 아이 때문에 급식도 일찍 먹으러 못 갔다.

너무 짜증이 났는데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 일단 달래줬다.


"눈물 뚝하고 선생님 봐. 발표하는 게 어려운 거지? 맞아?"

(울면서 고개를 끄덕임)

"선생님이 다시는 발표 안 시킬게. 나와서 설명하라고 안 할게. 그런데 어른들한테는 뭐가 어려운 건지 말을 해야지 알 수가 있어. 아까 말을 안 하니까 선생님은 뭐가 문제인지 은*이가 뭘 어려워하는 건지 몰랐어."


이 세명은 학습이 부진하다.

내가 그림도 그리면서 아무리 쉽게 알려주고 친구들이 알려줘도 그때뿐이다.

전에 있던 학교 아이들도 학습 부진이 많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외국 애들은 한국어를 못한 다치고 도대체 한국애들까지 왜 그러는지 한숨이 났다.


모르면 알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냥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는 태도에도 화가 났던 것도 같다.

우리 학교 특성상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아이들이 많아 수업은 약간 포기해야 하는데 책임감에 자꾸 아이들을 이해시키고 싶다.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겠다.

애들을 울릴 정도까지 할 필요가 뭐가 있나.

그런데 공부를 이렇게 못해서 중학생 되면 어떡하나 다시 걱정이 올라온다.

한국어를 못하는데 중학교 가서 더 어려운 공부는 어떻게 하지? 자꾸만 걱정된다.



.



수업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계획해 놓고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한참을 방황했다.

전반적으로 수업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언어이다.

수학뿐만 아니라 국어, 사회, 심지어 예체능까지 끊임없이 일정 부분 통역을 해야 한다.


포스터를 그리는 미술 수업 때도 찾은 자료와 똑같이 그리면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두세 명의 아이들이 뿌듯한 표정으로 아주 똑같이 그려왔다.


다시 과제를 하고 다시 수행평가를 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



그러는 와중에 엊그제는 4학년 선생님 한분이 자발적인 교내 연수로 <이주배경 학생들의 문해력 신장 방법 사례>를 공유해 주셨다.

어떤 책에서 골든서클이라는 아이디어를 활용하셨는데, 우리 반 문해력 신장은 왜 필요한지(WHY),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HOW), 무엇을 하고 있는지(WHAT)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해서 알려주셨다.


교사가 믿는 만큼 아이들은 성장한다는 신념아래

꿈, 참여, 공동체 의식, 같이 성장하기 위해 만남의 광장을 배움의 광장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협력적 의사소통이라는 방법을 채택하였고 학생 간의 협력 사례, 학생과 교사와의 협력 사례, 그것을 바탕으로 협력적 의사소통 수업을 한다.


외국 학생들, 한국 학생들이 협력해야만 할 수 있는 스피드 스택스 컵 쌓기 축제 등을 개최하여 우승하기 위해 함께 전략을 짜고 협력한다. 번역기 또한 교실에 항상 비치하고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때마다 사용한다. 항상 학생들이 협력하는 모습 중에 인상적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며 협력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교사는 우리 반 학습 상황을 파악하고 1년 후의 아이들의 모습을 예측하여 여러 가지 도움이 필요함을 학생들과 이야기한다. 그렇게 수업을 할 때 책이나 교과서 등을 읽고 질문을 만드는 연습을 하고 써보거나 친구들한테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겪어본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려워하지만 반복되는 연습으로 점점 더 나아진다. 그리고 집에 가기 위한 테스트로 오늘 배운 문장을 말하고 갈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동료 선생님의 연수를 들으며 나의 수업을 돌아보게 됐다.

공기대회나 러시아어 이름 쓰기 대회 등 각종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괜찮지만 조금 더 협력적인 방향으로 수정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반쯤 포기해야 하나 싶었던 부분도 공유해 주신 사례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군분투하는 동료 교사들을 보며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야.

나만 그런 고민하는 게 아니었어.

저런 부분은 나하고 생각이 비슷한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셨지?

다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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