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проло́г 프롤로그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로의 출근을 기다리며

by 쏭쏭이쌤

ПРИВЕТСТВИЕ


쁘리비엣츠비에...?


설렘과 불안함, 두려움이 공존하는 2월 말.

새 학기 준비기간.

러시아어 알파벳 배우기에 푹 빠져있다.

이것은 최근 4년간, 이 시기에 하던 일이 전혀 아니다.


지역을 옮기고, 학교를 새로 발령받았던 날.

바로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학교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학교소개를 하는 곳에 낯선 언어가 떡하니 쓰여있다.


ПРИВЕТСТВИЕ


이 단어를 보았을 때는 러시아어의 러자도 몰랐다.

그림인지 알파벳인지 모를 이 단어를 클릭하고 내용을 읽어보았다.


[00초 학부모님, 안녕하세요!

00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00초는 모두가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전 교직원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00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이 제일 많은 학교입니다.

그러므로 다문화가정 학생과 한국학생, 다문화가정 학부모와 한국 학부모가 함께 친해지는 00초를 이루어가야 합니다.

한국 학부모도 다문화가정 학부모와 친해지고 싶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빨리 배우는 것이 시급합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우리 학교에서 한국어, 한국문화, 학교 공부를 단계별로 촘촘히 지도하겠습니다.

학부모님께서도 00북도 국제교육원, 다문화지원센터, 유튜브 등 다양한 기관을 통해 한국어를 배워 자녀교육을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은 학부모 교육을 아주 강조합니다. 교육의 3 주체로서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육청, 국제교육원, 학교에서는 학부모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합니다. 한국어를 잘 몰라도 참여할 수 있는 북아트 공예, 요가, 요리, 캠프 등이 운영할 때 적극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00초와 함께 모두가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항상 좋은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00초 교직원 일동.]


물론 아주 낯선 러시아어와 함께 쓰여있었다.


와...

어쩌지.

내가 아무리 영어를 좋아하고 외국어 배우는 것을 좋아하지만

러시아어는 새로 배우기 힘들 것 같은데...



떨리는 마음으로 새 학기 준비기간에 맞이한 나의 5학년 학급명부.


19명 중 9명이 외국인이다.

정확히는 고려인이고 정체성은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완벽하게 하지는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한 반에 한국어로 통역이 가능한 아이들이 한두 명은 있다.

물론 고려인이 아니고 엄마나 아빠 쪽 국적이 베트남이나 다른 나라인 아이들도 있다.

그 아이들의 경우는 한국 이름이 있고 대부분 한국말을 완벽하게 한다.

10자리가 넘어가게 영어 알파벳으로 쓰여 있는 외국 아이들의 이름을 읽어보았다.

킴..파벨..다부드시오디오르...?

(글에 등장하는 학생 이름들은 우리 반에 실제 있는 이름이 아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한국어학급이 기본 4개 학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계속 외국인 전학생들이 들어오고 있어서 한국어 강사를 채용해 7,8개 학급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심지어 신축아파트가 바로 옆에 있어서 한국 아이들도 전학 오고 있는 상태.


한국어학급 담당하시는 다문화부장님이 돌아다니며 아이들 이름 읽는 법, 아이들 특징들을 설명해 주신다.


"아이들 이름은 두 번째 쓰여있는 이름으로 읽으시면 되고요, 이 반에서는 다리아하고 이베르나하고 통역을 해줄 거예요."


한참 설명을 듣고 살짝 안심이 됐다가, 한 반에 절반 정도가 외국 아이들이라니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어

안심됐다가 불안했다가를 계속 반복했다.



개학 첫날은 아이들 출석체크, 반 찾기, 시업식 하면 시간이 거의 다 갈 거라고 학년 부장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동명이인이 많기 때문에 작년 어느 반 출신인지까지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우리 반만 체크하면 안 되고 학년 전체 명부를 들고 안내해줘야 한다고 한다.

우리 반 학급명부는 아이들 특성뿐만 아니라 주요 사항들을 표시하느라 새까맣게 필기와 각종 별표로 가득 찼다.


잘할 수 있을까?

원래도 교사들은 새 학기,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할 순간들을 앞두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런데 새롭게 발령받은 학교에 외국인 아이들과의 만남이라니...

하루에도 수십 번을 설렜다 두려웠다 불안했다를 반복한다.

손톱 주변 살들을 하도 뜯어서 남아나질 않고 있다.

그동안 만들어놓은 목도리가 수두룩하게 쌓여있는데도 뜨개질도 쉴 새 없이 하고 있다.

이 마음은 아마도 개학하는 날과 동시에 반으로 줄어들 것이고

하루하루 지내며 차츰차츰 더 줄어들 것이다.



홈페이지 속 단어


ПРИВЕТСТВИЕ를 [쁘리비엣츠비에]라고 읽어보며

파파고를 돌려 환영사, 인사말이라는 뜻을 알아내며

다시 유튜브 러시아어 알파벳 강의를 들으며

그렇게 불안감을 잠재우고 개학 첫날의 러시아어 인사말을 준비해 본다.



Здравствуйте? Хорошо познакомиться. Учитель изучает русский язык. Пожалуйста, дайте мне знать, если есть что-то хорошее, что нужно исправить. Буду учиться. Вы тоже говорите по-корейски не очень хорошо. Изучение языка - это очень хорошо. В первый день давайте представимся.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선생님은 러시아 말을 배우고 있어요. 고치면 좋은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배우겠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한국말이 서툴러도 많이 해주세요. 언어를 배우는 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그럼 첫날 자기소개를 시작해 봅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