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의 고백

있는 그대로 날 봐줘서 고마워요

by Ikukuna

짐 정리를 하면서 예전에 썼던 몇 권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일기를 매일 꼬박 쓰진 않았다. 그 해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끄적임이 많았던 날들이었다. 버릴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분리하다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즈음 썼던 글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고민은 인간관계, 사랑, 관심이었다. 여자들 사이에서의 이런저런 문제들. 잠시 스쳐 지나갔던 사랑에 대한 고민들. 첫사랑에 대한 기억들. 가족들과의 관계. 그리고 외로움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 사랑받고 싶은 솔직한 마음들...... 예전이나 지금이나 상처 받고 고민하고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유는 같았다.


지난 글들을 보며 웃음이 났다. 지금 감정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우스웠다. 지금도 똑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지만 전엔 뭐 이리도 심각하게 고민에 빠져 센치한 글을 썼나 싶었다. 내가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 보았다. '어우 정말 왜 이렇게 썼니? 감정에 대한 온갖 표현들은 다 갖다 붙였구먼. 내가 무슨 시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썼네' 손발이 오그라들어 또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시간 지나면 별거 아니야......



그래 맞는 말이다. 분명 사실이고 정답인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엔 누군가 내 귓가에 날 다독여 준답시고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해봤자 아무 소용없었다. 소용돌이에 빠져 있을 때 누가 나 좀 구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그냥 날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했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내 마음을, 그냥 이런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가만히 묵묵히 옆에서 지켜봐 주다 마음을 추스르고 내 상황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질 때 ,그 때 내 곁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며 공감해주었으면...... 그러다 내가 감정에 북받쳐 눈물이 나면 두 팔로 날 감싸 안아 주고 내가 펑펑 울도록 놔두었으면......서러움이 바깥으로 전부 내뱉어지고, 더 이상 흐를 눈물이 없을 그때, 따뜻한 눈으로 내 눈을 바라봐 주고 날 안아주었으면......


이렇게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하고 늘 바라 왔다.





과거의 끄적거림을 보고 있노라니 만약 지금 내가 절망의 순간에 빠졌을 때 이렇게 위로해 줄 이가 누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마음 깊이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 줄 수 있는 사람.

그게 이성이든 동성이든

그저 세상에 단 하나의 가치 있는 존재로써 날 봐줄 사람.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적어도 단 한 명은 있는 것 같아......

참 다행이다.....


사랑하는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에게 살아있을 때 내사랑을 더 많이 나누어 주자.

사랑한다고 많이 표현하자.

아끼지 말고 줄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해야지.


내가 살아가면서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말.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내 곁에서 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내가 바라는 만큼

먼저 표현해야지......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늘 고맙고 때론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그래도 내가 항상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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