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24시간이 부족한 걸까요?
나는 '이 말'을 자주 듣습니다.
빨리해주세요!!
웁스! 세상에서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 베스트 오브 베스트!!! 사람들은 종종 저 문장에 추임새를 더 넣기도 해요 '도로에 주차해놨으니까 빨리해주세요' '나 정말 바쁜 사람이에요. 그러니깐 빨리해주세요!' '저 먼저 빨리해주세요. 제가 어디 어디를 가야 하거든요' '택시를 잡아 놨어요. 그러니깐 내 거 먼저 해줘요' 등등. 저는 하루에 기본 삼백여 명의 사람들을 만나요.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죠. 제가 일하는 업장에 오시는 분들은 세상에서 최고로 바쁜 사람들만 오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하루 24시간이 모자라신 분들이 이렇게 많은 줄 이곳에 와서 알았어요. 하하하.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오자마자 자기가 바쁘니깐 모든 일처리를 빨리해달라고 하시는 분들 중 정중하게 예의를 갖춘 말로 부탁을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어요. 짜증이나 화를 내면서 행동은 거칠고 눈빛은 무척 사납죠. 맹수가 따로 없어요. '너 내 말대로 안 해주면 가만 안 둔다'라는 간접 협박을 하시죠. 본인들이 생각한 빨리의 기준에 부합하게 일처리가 되지 않으면 화를 내면서 남 탓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빨리빨리'라는 관습이 전반적으로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물론 개인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있어요. 아무래도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다 보니 '빨리'라는 문화가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되지 않았을까 하고 이해는 되요. 하지만 서둘러야 하는 그 마음 안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좀 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은 동방의 나라 한국이 선진국으로 급성장을 했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하드웨어적인 부분들은 어느 정도 퀄리티가 있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즉, 사람들의 기본적인 마인드가 아직도 미성숙한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빨리빨리' 문화도 그중 하나인 것 같아요.
빨리해달라고 상대방에게 요청한다는 말은 그만큼 내가 바쁘고, 바쁘단 이야기는 나의 시간이 중요하니 그걸 좀 배려해달라는 말이잖아요. 이런 '빨리'를 요청하실 때에는 이걸 꼭 한 번만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 내 시간이 중요 한 만큼 타인의 시간도 중요하다는 것
# 내가 왜 '빨리해주세요'라고 요청하게 되었을까? 내가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볼 것
# 부득이하게 개인 사정으로 '빨리해주세요'라고 요청을 할 때, 그 요청을 받아들여 주어야 하는 사람에게 정중하고 예의 있게 이야기할 것
# 그렇게 나의 부탁을 상대가 받아들여주었을 때, 급하게 돌아서지 말고 따뜻하게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 할 것
# 마지막으로 '빨리'를 상대방에게 요구할 만큼 내가 정말 시간이 없는 건지 생각해 볼 것
제가 사람들을 오랜 시간 동안 살펴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바쁘다고, 시간이 없다고 하다가도 자신들에게 여유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에 무얼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오늘 아침 물음은 소중한 시간을 줄줄 새어나가게 만들지 않도록 나 자신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시간이라는 것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내 삶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었네요.
다행히 오늘부터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저 말을 듣지 않아도 돼서 기분이 날아갈 듯 좋네요. 이사 때문에 휴가를 얻어 출근을 안 하거든요. 하하하.
이 글을 쓰다가 갑자기 요 며칠 제 모습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네요. 이사한다고 저도 마음이 급해진 건 사실이거든요. 혹시 급한 마음에 무례한 말과 행동으로 타인들을 불편하게 하진 않았는지, 그리고 저 역시 이기적인 마음으로 타인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지는 않았는지 이른 아침 제 자신을 조심스레 돌아 봅니다~!!!
오늘도 의식적으로 하루 살기!!! 잊지 말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