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아무것도......

by Ikukuna

내 평생 아파트에서 살아 보긴 처음이다. 약간의 공황장애와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는 내가 13층에 살게 되었다.


베란다 끝에 서서 바깥을 내려다보려면 크게 숨 한번 쉬고 두 다리에 힘을 꽉 줘야만 한다. 그렇게 온몸이 경직되어야만 겨우 아래를 쳐다볼 수 있다.


이런 내가 왜 아파트에 사느냐고 묻는다면 '그냥'한 번도 높은 곳에서 살아 본 적이 없어 단순히 궁금한 마음에서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란 사람은 미스터리 투성이다. 고소공포증도 있는 데다 높은 곳을 올라가면 오금이 저려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것에 대한 호기심이 차올라 기어코 한 번은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고 만다.


예전 슬로베니아 피란으로 여행을 갔을 때 전망대에 올라가야 피란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던 적이 있었다.

친구는 좋다구나 하고 올라가는데 나는 망설임에 머뭇거렸다.

'여길 올라가 말아, 에잇 여기 언제 또 와 무서우면 그냥 쉬 한번 지리고 말지 뭐'


전망대 계단이 밑이 보이고 바깥이 보였기에 그곳을 올라가는 일은 내겐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무섭긴 한데 또 여길 언제 오나 싶어 다리가 후들거릴 때마다 두 무릎을 붙잡고 잠시 걸음을 멈추고 크게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며 올라갔다.


결국 기어이 올라가고야 말았다. 전망대에 다다른 순간 피란의 파랗고 널따란 풍광이 그림처럼 눈 앞에 펼쳐졌다.


안 올라갔으면 어쩔 뻔했니. 이 멋진 걸 마음에 담지 못하고 평생 한이 되었을 거야.


이야~

경직되었던 온몸의 긴장이 사르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무서운 게 어디 한번 겪어 이겨내 질까. 한번 이겨냈다고 그 다음번 부터 두려움이 사그라 들었다고 말할 수 없다. 경험했지만 무섭고 두려운 건 여전하다. 한 번이라도 시도하면 그 다음번엔 강도가 조금씩 약해지긴 한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도전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두려워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난 무엇이든 언제나 시작이 늘 두려웠다. 그것이 높은 곳에 올라가는 일이든. 삶의 크고 작은 도전이든. 하지만 시작을 하고 나면 두려움과 맞설 용기가 조금씩 생겨난다.


용기를 내서 도전하면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다. 또 다른 '나'를 만난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대신 새로운 '나'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좀 험난할 뿐이지.


13층에서 산지 며칠이 지났다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다. 베란다로 바깥을 내다보는 일에 가슴이 콩닥거리는 횟수가 줄어든걸 보니 말이다.


높은 층에 사는 것도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몇 자 끄적거려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7년의 시작과 끝에서 만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