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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ukuna Sep 23. 2019

쓰는 이유

두 번째 솔직한 내 마음 이야기

# 14일 차 질문


매일 쓴다고 무엇이 달라질까요?


매일 쓴다고 달라지는 것이라...... 음......

일단 제가 왜 책을 읽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는지부터 이야기해 볼게요.

블로그에도 몇 번 적긴 했지만 일단 제 삶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살다가 죽기엔 제가 너무 억울한 거예요. 생각할 줄 아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호랑이처럼 가죽을 남기지는 못할망정 세상에 제 흔적을 뭐라도 남기고 싶은 욕망이 생겼죠. 대단한 인물이 돼서 사후에 위인전에 실릴만한 행적을 남기겠다는 그런 거창한 꿈은 아니에요.

몇 해 전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하고 나니 삶이 참 헛헛하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인생이 꼭 헛헛한 것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넓디넓은 세상, 각양각색의 사람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떠올려 보니 죽기 전에 내 육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건 다 느끼고 죽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이 뭐였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많은 욕망들 중 배움과 글쓰기에 관한 것이 제 마음에서 자리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형편상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느라 남들보다 가방끈이 많이 짧아요. 그래서 배움에 대한 갈망이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었죠. 그 갈망이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세상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했어요. 나이를 먹은 만큼 먹은 지라 이제 와서 가고 싶은 대학에 가기는 그렇고 세상엔 다양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대학이라는 틀 안에서 이 나이에 배우는 건 한계가 있단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책을 읽다 보니 내 머릿속에 아는 게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아는 걸 남들에게 좀 아는 체도 하고 싶어 지고 인정도 한번 받아 보고 싶단 욕구가 또 솟아오르더라고요. 저도 무언가 잘하는 사람이 한번 돼보고 싶었어요. 이제야 저라는 사람도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걸 원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인정하기 시작한 거죠. 전엔 이런 욕구는 드러내면 안 되는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젠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글을 쓰다 보니 남들에게 아는 체를 하는 것보다 내가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이 확실하게 머릿속에 저장되고 삶에 적용시키는 저를 보면서 무언가 모를 희열이 생기더라고요. 저도 달라질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전 제가 절대 변할 수 없고 성장하기에는 늦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 희열감은 어느새 또 다른 목표를 향해 가기 시작했어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진 거예요.


요즘 제가 글을 쓰는 이유를 얼마 전 브런치에도 썼어요.


얼마 전 브런치에 쓴 글. 이런 생각은 왜 밤에 떠오르는지 모르겠어요. 한밤중은 갬성폭발하는 시간.


글은 제게 무한한 세상을 열어줘요. 그 세상 안에선 여태 제가 하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죠.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감정이든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어요. 제 안에 있는 여러 모습의 자아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어요. 저라는 사람을 딱 한 가지 모습으로 정의 내리지 않아서 좋더라고요. 제가 글을 쓰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어요. 언젠가 소설을 꼭 한번 써보고 싶은데요. 그 소설 안에서 제 가족을 등장시키고 싶어서예요. 너무 짧은 생을 살다가신 아버지. 제가 몰랐던 아버지의 젊은 생애를 아버지 처지에서 생각하고 느껴보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이 왜 그런 삶을 살다가 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제가 대신해서 글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 아버지를 좀 더 나은 사람의 모습으로 그려보고 싶기도 해요. 제가 바랬던 모습의 사람으로 글로써 다시 태어나게 하고 싶거든요. 또 살아생전 아버지와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글 속에서 나눠보고 싶어요. 다른 등장인물로는 제 동생, 그동안 제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어요.


어쩔 수 없던 어린 날들의 아픈 기억들을 가족 각자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가족들의 관계가 회복되기도 전에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지만 글 안에서 우리 가족의 관계를 회복시켜보고 싶기도 해요.



또 제가 하고 싶었던 수많은 일들을 글 안에서 이루어 보고 싶어요. 하고 싶은 말도 다 해볼 거예요. 하하하. 하도 맘에 담아 둔 말이 많아서 다 표현해보고 싶거든요. 하하하. 인생의 희망사항과 희로애락을 글로 녹여낼 거예요. 한 편의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남자도 되어보고, 세상에서 제일 찌질하고 추잡한 인간도 되어보고, 저 높이 한자리 차지하는 사람도 되고, 여자 카사노바도 되어보고 싶고. 동물도 되어 보고 싶고. 환생도 해보고 싶고 등등. 하고 싶은 거 글에서 다 해볼 거예요. 제 상상력이 어디까지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요 ) 자유롭게 날아다니면 정말 행복할 것 같거든요. 하하하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어요. 8개월째 접어들었으니 지금은 걸음마, 아니 기어 다니는 수준밖에 안돼요. 8개월 동안 삶이 크게 변화된 건 없어요. 글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유명세를 얻는 것도 아니고요. 지금은 글을 쓰는 습관이 어느 정도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게 현재로썬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삶의 일부분이 되었으니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글로써 밥도 벌어먹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어요?!!!! 하하하(말은 이렇게 하지만 어렵다는 거 알아요. 흑 ㅠㅠ 그래서 먹고사니즘을 해결할 다른 일은 계속하면서 꾸준히 노력할거예요!)


제가  꿈도 참 야무지죠?! 꿈이라도 야무지게 꿔야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하하하


지금 이렇게 제가 글을 쓰고 있단 자체만으로도 좋네요. 꼭 책을 읽고 서평을 쓰지 않아도 일상 이야기라던가 감정을 적을 수 있을 만큼 글쓰기가 습관이 된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서 과거에 적은 글들을 보면 또 다른 '나'와 만나게 되는 것 같아 재미있거든요.

얼마 전에도 과거에 끄적거린 글을 보면서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예전엔 일기도 꾸준히 못 써서 끄적거린 글이 몇 개 밖에 안돼요. 노트의 삼분의 일도 다 채우지 못했죠) 이땐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하면서 현재의 제 모습을 바라보게 하죠. 이래서 글 쓰는 게 요즘 참 좋아요.


앞으로도 어떤 글이든 일단 꾸준히 계속해서 써보고 싶어요. 아직 세상을 표현할 단어나 문장들이 제 안에 많이 담겨 있지 않지만 세상을 좀 더 세세히 관찰하면서 그에 걸맞은 말들을 책을 통해, 또 제 오감을 통해 찾아볼 거예요. 그렇게 발견한 말들을 제 안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저만의 언어로 표현해볼 거예요


또 주저리 혼자 떠들었네요. 이런 질문을 던져 줄 때가 전 좋아요. 왜냐면 제 마음을 마음대로 이야기해도 돼서 그냥 좋아요. 내 마음이 이러이러하다는 글을 쓸 때가 전 가장 좋거든요.


앞으로도 전 계속 쓸 거예요 세상 구석구석 숨어있는 모든 것들을 저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 그날을 위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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