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가 나온다네요....
이걸 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번 추석 연휴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몇 달 전부터 벼르고 있던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 시리즈를 몰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올 초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이자 마음먹고 난 후 시리즈물을 멀리했다. 한때 일드 덕후여서 주말이면 일드를 다운로드해 놓고 한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날 밤을 새워서 보곤 했다. 이야기가 한 번 시작되면 그 끝이 계속 궁금해져 도저히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주말 내내 날밤을 새서 일드만 보느라 월요일 아침이면 퀭한 얼굴로 출근하기 일쑤였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시리즈물. 책을 읽기로 마음을 먹은 후로부터 이 시리즈물을 끊기가 여간 힘든 게 아녔다. 다운로드 해 놓은 일드며 영드를 싹 다 지워버렸다. 또 티브이엔에서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홀딱 빠져있던 터라 티브이도 보지 않기 위해 리모컨을 아예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버렸다.
그렇게 독서 습관을 겨우 들인 내가 이번 추석 연휴에 큰맘 먹고 포상을 주기로 했다. 7개월 동안 티비도 안 보고 꾸준히 책도 잘 보고 글도 잘 썼다는 셀프 칭찬과 함께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기로 한 것이다. 보고 싶은 시리즈물을 딱 하나만 보기로.( 그런데 말입니다. 전 딱 하나만 보지 않았습니다. 급 고백) 신중히 고르고 골라 <빨간 머리 앤>을 선택했다. 어릴 적 만화로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넷플릭스 플레이 버튼을 클릭했다.
와~얼마 만에 보는 넷플인가? 1편 2편..... 세상 밝고 맑은 앤의 모습과 말재주에 흠뻑 빠져버렸다. '앤~ 요~ 매력 덩어리~ 아우!!! 저 못된 남자애는 왜 자꾸 앤이랑 다른 애들을 괴롭히는 거야! 저 못된 삐리리 자식, 어딜 가나 못돼 처먹은 놈들은 한두 명씩 꼭 있다니까!!! 어어어!! 쟤 또 시작이야' 1회가 시작되자마자 사랑스러운 앤에게 빙의 되어 이미 난 영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오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늦은 오후를 넘어 저녁시간이 다 되어갔다. 꼬르륵 꼬르륵. 배에서 밥 달란 소리가 들리는데도 엉덩이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요것만 보고 밥 먹자. 여기서 멈추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아' 오전부터 한 끼도 챙겨 먹지 않은 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봤다. 도저히 배가 고파 참을 수 없어 플레이 버튼을 잠시 중지 시키고 날름 부엌으로 달려갔다. '포트에 빨리 물 데우고, 밥 차리기 귀찮으니깐 컵라면 먹자. 보면서 먹어야지' 물이 데워지자마자 포트를 끄고 얼른 컵라면에 물을 부었다. 표시선은 나 몰라라 무시한 채 대충 부어 김치 한 접시와 컵라면을 들고 후다닥 노트북 앞으로 달려갔다. 재생 버튼을 살포시 누르고 다음 장면에 집중했다.
'이히히히~ 아~ 이거 왜 이렇게 재미나니 어릴 때 보고 처음보는 거라 기억이 잘 안나서 그런지 완전 새롭네' 컵라면을 후루룩 입에 넣으며 앤의 대사를 따라 치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렇습니다. 이번 명절 연휴 내내 <빨간 머리 앤>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시리즈물에 빠져 연휴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습니다. 연휴에 책 2권 완독하겠다는 목표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넷플릭스를 시청하는데 정신을 온통 뺏기고 말았지요.
그래도 다행인 건 명절 연휴가 끝나고 난 후 계속해서 시리즈물을 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겨우 잡아 놓은 독서습관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릴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기 그지없습니다.
시리즈물. 요놈 아주 요망한 녀석입니다. 제 혼을 쏙 빼놓지요. 이제는 의식적 노력으로 절제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아예 안 보겠다는 장담은 못 하겠고요. 대신 시간을 정해서 딱 그때만 볼 겁니다!!!!
그렇게 재밌다는 <왕좌의 게임>도보 고 싶은데, 한 번 시작했다가 못 빠져나올까 심히 걱정이 되어 섣불리 1화를 보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덧. 이 글을 쓰고 <빨간머리 앤> 을 검색해보는데 시즌3가 나왔다네요! 어마낫 세상에! 저 또 다시 정신줄 놓게 생겼네요.
이를 어쩌면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