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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ukuna Oct 19. 2019

너무 닦달하지 마.

있는 그대로 그냥 내버려 두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




아. 요즘 글도 잘 안 읽히고, 써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제대로 노는 것도 아니고, 삶이 뭔지 모르게 애매해져 버렸다. 무의식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기준에 나를 들이대고 있어 나도 모르게 '난 안돼.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꾸준함이 온 데 간 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멀리 도망이라도 갔나 싶다. 다시 찾아 데려와야 하는데 데려오는 것에 대해 덜컥 겁이 난다.


요즘 글을 쓰려고 해도 표현할 단어나 문장이 도통 떠오르질 않는다. 글로 내 메시지를 정확히 표현하고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는 것에 대해서도 어려움이 크게 느껴진다.  내 안에 글감이 많이 차있지 않다는 걸 잘 안다. 뭐가 들어 있어야 글로 써내지. 잘  아는데 왜 이럴까?  책을 읽기 시작한 지 8개월밖에 안됐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했으면서 나 자신에 기대감은 왜 이렇게 부피만 점점 커지는 건지... 기대감에 못 미치는 날 보는 것도 힘들고... 내가 너무 작아 보이는 것 같고. 이러다 다시 으쌰 으쌰 하다가, 또다시 쫄보가 되어버리고... 자책하고 숨어버렸다가 다시 용기를 갖고 전진하다 다시 또 일보 후퇴하고... 나만 이러는 걸까?라고 또 생각에 잠기고. 



꾸준히 글 재료들을 모아야 하는 걸 알면서 요즘 책을 잘 읽으려 하지도 않고, 책을 읽어도 대충 흘겨 읽는 데다가 어느 땐 내 마음대로 해석해버리기까지 한다. 내 속에서 뭐가 복닥이길래 이리 집중을 하지 못하는 걸까?


이럴 땐 나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것을 조금은 멈추어야 할 듯싶다.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어느 땐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 같다. 적당히 나를 내버려 두는 일도 필요하다. 뒤죽박죽인 생각을 억지로 정리시키려 들지 말자. 아주 잠시만 지금 그대로 날 내버려 두자. 아주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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