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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ukuna Oct 14. 2019

넌 내게 정을 줬어

오늘 계속 너의 온기가 생각났어....우리 정들었나봐...

오늘 일을 하는 동안 문득문득 한 녀석이 계속 생각이 났다. 어제 만난 그 녀석. 어제 반나절을 함께 했던 녀석. 처음엔 알은 채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그 녀석.


우린 어제 오후 함께 한강엘 갔다. 한강변이 보이는 곳에 텐트를 쳐놓고 푸른 가을 하늘과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한가로움을 즐겼다. 녀석은 함께 한 내 친구 부부에게만 눈길을 줬다. 내 주변은 아주 가끔 어슬렁 거리기만 했다. 내가 한번 알은 채라도 하려고 눈을 마주치면 시선을 피해버렸다.


'칫. 됐다. 뭐. 나도 너랑 안 놀아.'


내겐 곁도 안 주던 녀석이 느닷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냅다 내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

'뭐야. 이 녀석. 나한테 관심 있나?'

'첨에 같이 차 탔을 땐 뚝 떨어져 앉더니만 웃기네 진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내 곁에 바싹 붙어 앉은 녀석은 내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내 내 손등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개기까지 했다.

그 녀석의 따스한 온기가 나도 내심 싫지 만은 않았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내게 손을 포개던 녀석이 갑자기 내 무릎에 머리를 기댔다.

뭐야 얘~어이없네~

머리를 기대던 녀석이 갑자기 내 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차가 방지턱을 넘어갈 때마다 움찔 거리며 내 품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그 파고듦이 싫지 않아 나는 그 녀석의 머리를 조심스레 손으로 감싸 안았다.

녀석은 내게 기대어 서서히 졸린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그리곤 곤히 잠이 들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행여나 녀석이 차의 움직임 때문에 잠에서 깰까 조심스레 녀석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안았다.


집에 다 와갈 무렵 아주 조심스레

녀석의 머리를 톡톡 내리쳤다.

 

'야~! 일어나! 나 이제 내려야 해!'


잠에서 깬 녀석은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다시 머리를 내 무릎에 포갰다.


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 위해 녀석을 일으켜 옆으로 밀었다. 녀석은 내가 가는 게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녀석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 섰다.

 

'우리 다음에 또 만나~'


몇 번 만나긴 했는데 그때마다 내게 눈길도 안 주고 정도 주지 않던 녀석이었다.

그런데 오늘 반나절 같이 있었다고 그새 내게 정이 든 걸까.


어제 휴일 반나절을 함께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 무릎에 머리를 대었던 그 녀석의 온기가 계속 생각이 났다.

 

'고 녀석 나한테 정 줬네 정 줬어. 내가 웬만해선 이렇게 계속 생각 안 나는데 말이지. 오늘 일하는데 드문드문 그놈의 온기가 계속 느껴지네. 쫌 보고 싶기도 하고.  그 녀석이 아닌 것 같아도 사람 보는 눈이 있단 말이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란 게 느껴졌나 보네. 정을 준 걸 보니 말이야.풉.'


월요일 퇴근길에 어제 함께 했던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 녀석이 오늘 하루 드문드문 생각이 났다고.

그 녀석의 온기가 느껴진다고.

나도 정이 이제 막 들기 시작한 모양이라고.

친구는 내게 그럼 보고 싶을 때 보라며

몰래 사진 하나를 보내 줬다.

어제 몰래 찍은 녀석의 뒷모습을.......







몽이~너어~!!! 못난이 이녀석!! 나한테 이렇게 정주기 있기 없기!!! 나 내리고 나서 엄청 울었대매??? 귀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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