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혹은 남편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적어놓은 처녀작을 볼 때마다 나는 미소를 머금고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사람도 나 같은 심정이었구나.' 글쓰기는 외로운 작업이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굳이 믿는다고 떠들지 않아도 좋다. 대개는 그냥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퇴근길. 복잡스러운 생각과 화가 마음속에 가득찬 채로 지하철에서 브런치 이웃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있었어요.
당신도 나처럼 될 겁니다.
퇴근 전 예상치 못한 동료의 한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일방적 ko패를 당한 기분에 분하고 억울했어요. 그 찰나에 '글맛' 작가님의 이 문장을 보고 순간 울컥하며 목이 메어 왔어요.
' 내 오늘 이 기분을 글에다 쓰리라. 글에서 복수해줄 거야.'라고 생각했죠. 그때 하지 못한 말 글에서 라도 조목조목 따져 들고 싶었죠. 아주 명료하게. 내 말에 반박하지 못하게.
막상 이 감정을 글로 쓸 생각을 하니 어떤 말도 단어도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그러다 순간 가슴이 턱 막히더니 숨이 목까지 차올랐죠.
'아 답답해. 내가 지금 감정이 많이 안 좋구나. 생각을 다른 데로 돌려 봐야겠어 ' 하며 브런치를 열게 된 거였거든요.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였죠. 읽어 내려가는데 뭔지 모를 위안을 받고 있단 게 느껴졌어요. 글을 쓰게된 상황은 달랐지만 '내가 지금 네 마음 알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죠. 지금 감정을 뭐라 말로 표현할지 몰라 답답해하던 제가 작가님 글을 읽으면서 숨을 고르고 있더라고요.
당신도 나처럼 된다는 말에 멈춰서서 읽고 또 읽었어요. 덕분에 '내 감정도 몰라 글로 표현도 못하면서 뭔 글쓰기를 한다는 거야? '라는 생각을 쉽게 떨쳐 버릴 수 있었어요.
아는 누군가의 한마디보다 때론 모르는 누군가의 한 문장이 삶에 큰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될 때가 있어요. 내 뒤에 보이지 않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는 기분이 든 달까?
오늘 퇴근길이 딱 그랬어요.
문장 하나에 기분이 좋아져 집에 들어와 저를 위한 작은 만찬을 준비했어요. 콧노래를 부르면서요. 절 한방 먹였던 동료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며 음식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지랄 맞게 중얼거리다가,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만찬을 먹은 뒤 다시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저만의 치유 힐링코스의 막을 내렸더랬죠.
누군가가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이라는 이유로 항상 날 믿어 준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요?
당신도 나처럼 될 겁니다.
나와 같은 심정이었겠구나
두 작가님이 '그냥' 절 믿고 이 말을 해준 것 같아요. 뭐 아니라고 해도 전 '그냥' 맞다고 생각할래요. 그냥 제가 좋으니깐요. 그거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