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에는 한쪽 손을 번쩍 들어 택시를 잡은 뒤, 술에 취해 아름답고 어그러진 말들을 차비처럼 내려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때론 두서없고 엉뚱한, 어느 때는 철렁하고 알 수 없는 말들을 반짝이는 동전처럼 흘리고 사는 이들이. 무례한 사람이야 그보다 많았지만. 그중 어떤 말은 용대의 마음을 흔들었다. 물론 용대는 알고 있었다. 택시 안에서는 기사도, 손님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김애란 <비행운>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 중에서
낯선 이가 툭 내뱉은, 어쩌면 아무 의미 없는, 거짓일 수도 있는 말이, 그게 전부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때론 내 가슴속 진실을 깊이 후벼 파고들어 몇 번이고 되뇌며 곱씹게 될 때가 있다. 미처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꾸역꾸역 깊숙이 눌러 담아 놓은 어떤 말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