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오래 있으면, 마음이 안으로 움츠러든다. 무언가를 느끼기보단, 덜 느끼고 싶어진다. 생각보다 인간은 금방 적응하고, 생각보다 그 적응은 마음의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나는 요즘, 나를 멀리서 바라보는 기분이다.
일정한 구령에 따라 움직이고, 말과 말 사이를 조심히 오가고, 하루를 지나면 그냥 하루가 지나 있다.
그런 와중에도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지금 어떤 태도로 이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를.
관조적인 시선으로 살아야겠다고, 처음엔 그렇게 다짐했다. 조용히 지켜보면서, 스스로의 중심을 잃지 않겠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흐름에 휘말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그 믿음도 불완전하다는 걸 안다.
세상을 멀리서 바라보는 일은 때로 자신을 보호해 주지만, 그 시선이 지나치면 삶을 건너뛰게 만든다.
살아있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느낌.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낙관하려 들 수도 없다.
밝은 척하는 건 쉬우나, 그건 곧 나를 속이는 일이 된다.
이곳의 공기, 사람들의 침묵, 피곤한 눈빛들.
그 모든 걸 모른 척하며 웃을 순 없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그 사이에 머문다.
관조와 낙관, 그 둘 사이의 좁은 틈에서 내가 기댈 자리를 조심스레 고른다.
조금은 물러서서 바라보되, 마음을 완전히 닫지는 않는 쪽. 내가 아직 따뜻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누군가의 체온이 언젠가 나를 덜 낯설게 만들기를 기대하면서.
살아가는 건 선택의 연속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버텨내는 자세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어떤 마음으로 바라볼 것인가, 어떤 식으로 흐름을 지나갈 것인가.
지금의 나는 확신 대신 작은 다짐 하나를 붙잡고 있다.
내가 끝내 무뎌지지 않기를. 내 안의 결이 이 시간을 통과하며 더 단단해지기를.
말없이도 나를 지켜내는 시간. 아직은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