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水昇火降

by 지훈

모름지기 사람은 수승화강이라 하였다. 물은 위로 올라가고, 불은 아래로 내려간다는 뜻. 곧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하라는 말이다. 차가운 머리로 세상을 관찰하고 판단하되, 그 결정을 행동으로 옮길 때는 가슴 깊은 곳의 뜨거운 정열을 동력 삼아야 한다. 인간다움은 이 둘의 균형 위에 성립된다.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수(水)라면, 인간은 차갑게 식어버린 기계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논리적이고 계산적이되, 뜨거운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존재. 반대로 모든 것이 화(火)라면, 결국은 자신과 주변을 모두 불태워 버리는 파괴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감정에만 휩쓸리고, 이성 없는 열정은 종국엔 모든 것을 태워 잿더미로 만든다.


화승수강(火昇水降)의 상태라면 더욱 위험하다. 이성이 발 밑으로 떨어지고, 감정이 머리를 점령한 형국이다. 꿈과 이상은 식어버리고, 뜨거운 감정만이 앞서는 탓에 결국 타인에게도 해를 끼치게 된다. 차분히 숨을 고르고 기류를 읽어야 하는 순간, 이성 없는 판단은 기회를 놓치거나 판을 어그러뜨리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냉정한 머리와 열정적인 가슴, 이 양 극단이 조화를 이룰 때, 사람은 진정 자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순간을 포착하고, 상황을 읽으며, 묘수를 던질 줄 아는 자는 머리가 차갑다. 그러나 그 묘수를 실행에 옮기고, 두려움을 무릅쓰고 돌진하는 자는 가슴이 뜨겁다. 이 두 요소가 맞물려야만 사람은 진정한 주체가 될 수 있다.


살아간다는 건, 결국 세찬 엔진을 돌리는 일과 같다. 끊임없이 연료를 태우고, 그 폭발을 힘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 판단했으면, 속전속결로 해치우는 것. 단 한 번의 기회가 왔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움켜쥐는 것. 그러한 결단력은 뜨거운 가슴에서 비롯된다. 머리로 계산하고 따질 시간에, 이미 심장은 뛰고 있어야 한다.


두렵고, 무서울 것이다. 그 모든 약한 감정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자, 불굴의 의지로 전장을 향하는 자가 바로 리더다. 진정한 리더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수많은 경험으로 인해 누구보다 많은 두려움을 짊어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 가슴의 불꽃이 아직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승화강.

이 네 글자 속에는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태도와 자세가 담겨 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

이 둘의 균형 속에서 우리는 길을 찾고, 방향을 잡는다.

혼란스러운 세상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머리는 식히되 가슴의 불꽃은 결코 꺼뜨리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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