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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Apr 12. 2022

코로나 확진 이후 찾아온 '이것'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내게 찾아온 것이 있다. 바로 '만성 피로'다. 조금만 일하거나, 글을 쓰면 밀려오는 피로감에 돌아버릴 지경이다. 보통 퇴근을 하고, 스타벅스에 들러 준비하고 있는 독립출판물의 원고 2편을 써도 끄떡없었다. 하지만 확진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도무지 오랫동안 앉아서 글을 쓸 수가 없다. 최대 5시간도 앉아서 글을 쓸 수 있었던 내가, 이제는 30분도 힘들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노트북을 쳐다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노트북 곁으로 다가가면 어김없이 글을 써야 하니까. 글을 쓰면 더 쉽게 피곤해지고, 눈 밑의 다크서클이 더욱 진해지니까. 몰려올 피로를 감당할 수 없어서 늘 노트북이 놓인 책상 코앞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뒤돌아 매트리스 위로 몸을 던졌다. 

두 번째 독립출판물 퇴고 작업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데, 여러모로 암담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비타민을 먹어봐도 크게 효과는 없다. 주말에 작정하고 10시간씩 숙면을 취해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온몸이 묵직하면서 졸음이 쏟아진다. 불과 3~4주 만에 완전히 달라진 몸 상태에 나도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할 일은 많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괜히 자꾸 마음만 심란하다. 


집에 가면 곧장 잠들어 버리거나, 누워있을 것이 뻔해서 오늘은 퇴근 후 곧바로 카페로 왔다. 피로를 떨쳐내 줄 시원한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노트북을 열어 오랫동안 수정을 하지 못해 '날 것'의 상태로 있던 원고를 꺼내들었다. 역시나 초안은 엉망진창이다. 이걸 어떻게 책으로 엮을 생각을 했나 싶을 정도로 최악의 상태인 원고를 마주하자 얼굴이 붉어진다. 다 지우고 싶지만, 꾹 참고 조금씩 고쳐나가기 시작한다. 이미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외주 디자이너님께 표지 작업도 의뢰한 상황이라 더이상 일정을 미룰 수도 없다. 


극한의 피로에 시달리는 요즘이지만, 5월에 열릴 북페어에서 신간을 선보이려면 더는 지체할 수 없다. 코로나 후유증인 피로를 이를 악 물고 이겨낼 수밖에. 굴하지 않고 이겨내어 반드시 이 달 안에는 퇴고 작업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어야겠다 결심하는 지금이다. 한유정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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