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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May 09. 2022

나는 나의 글이 미웠다.

부쩍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횟수가 줄어들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서점에는 가도 진열된 책을 펼쳐보지는 않게 됐다. 표지만 가볍게 눈으로 살펴볼 뿐, 내지까지 살피지는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두려움 탓이다. 내 글보다 잘 쓰인 글을 읽으면, 곧이어 밀려올 우울함이 무서웠다. 

두 번째 독립출판물의 퇴고를 진행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내 글이 밉다. 다른 작가님들은 저렇게나 유려하게, 적절한 비유와 은유를 담아 문장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완성하시는데 난 왜 그게 안 될까. 나의 생각과 감정을 풀어나가는 것이 아닌 왜 주구장창 묘사만 하고 있는 것일까. 퇴고를 하면 할 수록 미완성 상태인 내 글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미움과 우울의 감정에 지배되었다. 

최근 들어 그 증상은 더더욱 심해졌다. 평소 엉덩이가 무겁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이젠 원고 하나를 퇴고하는 것도 벅차다. 내 원고를 들여다 보는게 버겁다. 결국 최측근과 주변 지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요즘 내가 쓰는 글이 너무 밉다고. 아무리 봐도 부족해 보이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과 비교되어 과연 이 글들을 책으로 엮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고. 

고민에 사로잡힌 내게 그들은 말했다. 

글쓰기, 네가 좋아해서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왜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
그리고 누가 너 글 못 쓴다고 그러냐?
넌 너만의 글 쓰는 스타일이 있는 거고
난 네 그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쓸데없이 감상만 많은 글보다 담백한 네 글이

솔직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네 글이 훨씬 좋다고. 

나처럼 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또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을테고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 그런 것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어. 

그렇다. 이유를 알았다. 내가 나의 글을 미워했던 이유를.
전과 달리 글 쓰는 것을 몹시도 두려워했던 이유를

'혹시 누군가 내 글을 싫어하지는 않을까?'라는 마음.

그 불안함과 의문스러움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제각기 살아온 환경과 보유한 경험들 그리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른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는데,

왜 난 모두를 충족시키는 글을, 모두의 마음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사로잡는 글을 쓰려고 안달복달 했던 것일까. 왜 그 많은 날을 노트북 앞에서 이러한 걱정에 사로잡혀 한 줄도 제대로 써 내려가지 못했을까. 

이 세상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 
누군가가 내 글을 싫어한다고 해도 괜찮아.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고 
그런 두려움을 끌어않은 채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하루를 헛되이 낭비하지는 말자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오늘부터는 훨씬 더 가뿐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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