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횟수가 줄어들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서점에는 가도 진열된 책을 펼쳐보지는 않게 됐다. 표지만 가볍게 눈으로 살펴볼 뿐, 내지까지 살피지는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 두려움 탓이다. 내 글보다 잘 쓰인 글을 읽으면, 곧이어 밀려올 우울함이 무서웠다.
두 번째 독립출판물의 퇴고를 진행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내 글이 밉다. 다른 작가님들은 저렇게나 유려하게, 적절한 비유와 은유를 담아 문장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완성하시는데 난 왜 그게 안 될까. 나의 생각과 감정을 풀어나가는 것이 아닌 왜 주구장창 묘사만 하고 있는 것일까. 퇴고를 하면 할 수록 미완성 상태인 내 글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미움과 우울의 감정에 지배되었다.
최근 들어 그 증상은 더더욱 심해졌다. 평소 엉덩이가 무겁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이젠 원고 하나를 퇴고하는 것도 벅차다. 내 원고를 들여다 보는게 버겁다. 결국 최측근과 주변 지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요즘 내가 쓰는 글이 너무 밉다고. 아무리 봐도 부족해 보이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과 비교되어 과연 이 글들을 책으로 엮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고.
고민에 사로잡힌 내게 그들은 말했다.
글쓰기, 네가 좋아해서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왜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
그리고 누가 너 글 못 쓴다고 그러냐?
넌 너만의 글 쓰는 스타일이 있는 거고
난 네 그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쓸데없이 감상만 많은 글보다 담백한 네 글이
솔직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네 글이 훨씬 좋다고.
나처럼 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또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을테고
사람마다 다른 것이니 그런 것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어.
그렇다. 이유를 알았다. 내가 나의 글을 미워했던 이유를.
전과 달리 글 쓰는 것을 몹시도 두려워했던 이유를
'혹시 누군가 내 글을 싫어하지는 않을까?'라는 마음.
그 불안함과 의문스러움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제각기 살아온 환경과 보유한 경험들 그리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른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는데,
왜 난 모두를 충족시키는 글을, 모두의 마음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사로잡는 글을 쓰려고 안달복달 했던 것일까. 왜 그 많은 날을 노트북 앞에서 이러한 걱정에 사로잡혀 한 줄도 제대로 써 내려가지 못했을까.
이 세상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어.
누군가가 내 글을 싫어한다고 해도 괜찮아.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고
그런 두려움을 끌어않은 채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하루를 헛되이 낭비하지는 말자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오늘부터는 훨씬 더 가뿐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