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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Jun 09. 2022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

어느 글쓰기 모임 운영자의 이야기

두 달 전쯤이었나. 글쓰기 모임을 열어보기로 했다. 각자 매력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모여 글을 쓰고 싶었다. 함께 글을 쓰고, 소감을 나누고, 때로는 맛있는 것을 함께 먹으며 친분도 쌓아가는 그런 모임. 야심차게 모임 인원 모집 게시물을 올렸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았다. 2주일이 되도록 모임 오픈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했고 결국 신청해 주셨던 일부 인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 모임을 진행할 수 없다는 슬픈 소식을 전했다. 속상했다. 어떻게 기획한 모임인데, 나름대로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데, 최소 정원도 채울 수 없다니. 다시는 내가 주도적으로 모임을 기획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며 홀로 맥주를 들이켰다. 


그러다 목디스크 증상이 시작됐고, 심한 통증에 나는 글을 쓸 수 없었다. 자연스레 글쓰기와 잠시 멀어지게 되었고, 글쓰기 모임은 딴 세상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겨우 몸을 추슬렀을 무렵, 독립출판물 제작과 글쓰기에 대한 의욕이 흘러 넘칠 때 지원해 두었던 북페어가 시작됐다. 3일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독립출판물들과 글을 만났다. 개개인의 개성이 흠뻑 묻어나는 글을 읽으며, 다시 글쓰기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쓰고 싶었다. 마무리 짓지 못했던 두 번째 독립출판물도 서둘러 편집 작업을 끝마쳐 내가 좋아하는 독립서점에 입고하고 싶었다. 


강하게 일어나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 나는 진통제를 복용해 가며 노트북 앞에 앉았고 미뤄두었던 후반 작업을 거의 끝냈다. 그러던 와중, 워크샵에서 만나 북페어서 더욱더 친해진 작가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됐다. 이제 갓 튀겨져 나와 윤기가 흐르는 치킨을 쥐어 뜯으며, 시원한 맥주를 함께 들이키며 많은 이야기를 나웠고 난 급기야 작가님께 제안을 했다. 함께 글쓰기 모임을 열어보지 않겠냐고.


작가님은 흔쾌히 나의 제안을 수락해 주셨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마음이 잘 통하는, 게다가 필력도 좋은 작가님과 함께 한다고 하니 기세등등해진 난 곧바로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카카오브런치 등 각종 SNS 채널에 모임의 멤버를 모집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사실 글을 올리며,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또다시 최소 인원도 못 채우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번엔 나 혼자가 아니었다. 함께 하는 작가님이 있으니, 인원이 미달되면 둘이서 글을 쓰면 될 터. 망설이지 않고 게시글을 올렸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널리 널리 모임의 취지와 성격에 대해 알렸다. 다행히 반응은 좋았고, 글을 올리자마자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분이 나타났다. 그리고 다음날에도 1명, 심지어 오늘도 1명이 모임 합류 의사를 밝혀왔다. 한 분 한 분 참여 희망 메일을 보내올 때마다, 나는 함께 모임을 운영하기로 약속한 작가님께 소식을 전했다.


작가님께서도 나 못지않게, 새로운 인원의 등장을 반기셨고, 우린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내오신 만큼 힘을 합쳐 이 모임을 잘 운영해 나가보기로 약속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모이지 않던 멤버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는 내가 모임을 운영할 때가 아니었나 보다. 모든 것이 안정되고, 다시 글을 쓰고, 새로운 책을 세상에 선보일 준비가 된 지금이 나와 함께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눌 멤버들을 모집하는 적기였나 보다. 이렇게 또 또 알아간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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