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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Jun 08. 2022

조금 서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서투른 사람이다.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다. 20대 후반의 나이에도 사과 하나 제대로 깎지 못하는, 칼 대신 감자칼에 의존하는 그런 사람. 설거지한 그릇을 물기도 제대로 닦지 않은 채 대충 넣는 그런 사람. 입금 마감일이 되어서야 겨우 공과금을 납부하는 그런 사람. 잘 하는 것 하나 없지만, 부족한 것투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하나 잘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가족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아빠, 엄마, 여동생, 남동생, 나. 이렇게 5명으로 구성된 우리 가족. 가족들은 언제나 내게 헌신적이다. 부족한 맏딸을, 언니를, 누나를 살뜰히 챙겨준다. 


난생처음 대규모 북페어에 참여하는 딸을 위해 본업을 잠깐 멈추면서까지 서울로 달려와 준 우리 엄마. 이틀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나와 함께 책을 판매하고 페어를 방문하는 지인들을 위한 도자기 그릇과 티코스터를 만들어 준 다정한 엄마. 딸이 출간한 첫 번째 책도, 두 번째 책도 단숨에 읽어준 우리 아빠. 서울에서 딸이 내려오는 날이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단숨에 신경주역으로 달려오는 딸 바보 아빠. 퇴근하고 지친 언니를 위해 말하지 않아도 집안일을 대신 하고, 부족한 구석투성이인 언니를 살뜰히 챙기는 언니 같은 동생. 항상 큰누나가 최고라고, 큰누나 부탁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들어주는 착한 남동생. 언제나 나를 위해주고 챙겨주는 우리 식구들을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표현하는 것에 서툰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고맙다. 사랑한다'라고 자주 내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어 보인다. 바쁘지만 매일 연락하려 애를 쓰고, 가족들의 이슈를 체크하며 때로는 걱정을 때로는 응원을 보낸다.

원래 우리 가족은 카톡이 아닌 가족 전용 밴드를 만들어 소통해 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밴드로는 즉각적인 감정 표현, 소식 전달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단체 카톡방을 만들었다.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다. 동생과의 저녁 식사 사진을 찍어보내고,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찍어보내는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전하기에는 역시 밴드보다는 카톡이 훨씬 편했다. 하루에 2~3번은 누군가 소식을 전하는 우리의 가족 카톡 채팅방. 내가 가장 많은 이야기를 꺼내고, 아빠와 막내는 특별한 대답 없이 눈팅하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고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나의 무한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어 행복하다. 

이제 곧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늦둥이 남동생의 생일이 다가온다. 일주일 내내 도대체 무얼 선물해 주는 것이 좋을지 고심했다. 어떤 선물을 줘야 동생에 대한 나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 끝에 어떤 선물을 보내줄지 결정했다. 과연 좋아할까? 그 선물에 담긴 누나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부디 큰누나의 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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