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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Sep 19. 2022

후식은 '독서'입니다.

어느 직장인의 점심시간 후 독서 이야기

출근길에 나서기 전, 나는 식탁에 쌓아 많은 책들 가운에 한 권을 골라들어 가방에 넣는다. 오늘 점심시간에 읽을 책을 고르는 이 순간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오늘의 점심시간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책 한 권을 품고 나는 회사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오전 9시부터 12시 30분까지, 재빨리 일을 처리한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전날 밤 집에서 준비해 온 과일과 달걀로 그리고 단백질 쉐이크로 허기를 달랜다. 이 모든 과정은 10분이면 충분하다. 여기저기 흩날려져 있는 달걀 껍질을 손 날을 이용해 한 데 모으고, 휴지에 쓸어 담아 버리면 후식을 맛볼 시간이다. 


후식이라고 하면 흔히 '커피',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깬 나의 후식은 다름 아닌 '독서'다. 점심시간만큼 독서하기에 최적의 시간이 없는 것 같다. 1시간 30분이라는 긴 점심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혹은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으로 축내기가 싫었다. 처음에는 토익책을 펼쳐들고 공부를 하고, 준비하고 있는 작품의 원고를 쓰기도 했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무언가 회사 일이 아닌 다른 것에 몰두하고 있다는 인상을 동료들에게 심어주는 듯하여 그만두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독서'였다. 점심을 먹고 남은 1시간 20분 동안 나는 책을 읽는다. 에세이부터 소설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고 또 읽는다. 동료들에게는 점심도 대충 때우고, 책만 읽는 내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으나, 나는 이 시간으로 인해 오후 업무를 온전히 해 낼 힘을 얻는다. 책에서 오후에 있을 업무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또 풀리지 않던 업무상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점심시간의 독서는 내가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금세 지루함을 느끼는, 남들보다 빨리 싫증을 느끼는 내가 2년 가까이 아무 말 없이 버틸 수 있게 된 것은 이 시간의 힘이 크다. 책에 빠져들며,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고, 주인공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며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와 고민을 지워나간다. 책에 시선이 머무는 그 순간만큼은 나는 스트레스, 근심, 걱정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행복한 사람이 된다. 


오늘도 집을 나서면서 속초 동아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건 대표님의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라는 에세이를 챙겨들었다. 작은 숄더백에 책을 욱여넣느라 하마터면 지각할 뻔했다. 지각 위험을 불사하며 들고온 책을 일을 하며 가장 시선을 많이 두는 곳인 모니터 받침대 위에 놓아두었다. 오늘은 빨리 점심시간이 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후다닥 바나나 한 개를 입안에 넣고 쉐이크로 텁텁함을 달랬다. 5분 만에 식사를 끝내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책을 펼쳤다. 그리고 절반이 넘게 읽어내렸다. 


남은 절반은 내일 점심시간이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수요일에는 새로운 책을 집에서 챙겨와야 한다. 식탁 위를 장식한 많은 책들 중에 어떤 작품을 골라들까? 수요일, 나의 가방에 가장 중요한 곳을 차지할 책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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