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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Sep 20. 2022

언니가 있어서, 나는 오늘도.

- 사회 생활을 하며 만난 선물같은 사람, 미연 언니

2019년의 끝자락, 방송 작가 생활을 청산한 나는 강남에 있는 모 병원 홍보팀에 입사를 했다. 조금은 갑작스럽게 방송 작가에서 마케터로 직무를 바꾸며,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회사에서 운명처럼 만난 사람이 미연 언니였다. 언니는 내게 참 다정한 사람이었다. 뭐든지 잘 해내고 싶은 나를, 말 많고 탈 많았던 나를 품어주었던 사람. 언니가 있어서, 나는 꽤나 힘들었던 홍보팀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다. 힘든 일이 있으면 퇴근 후에 언니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털어놓았고 자주 전화를 주고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에서 가장 못났을 그 순간을 버티게 해 준 것은 오로지 미연 언니 공이 크다. 마케터 일을 시작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내게 말했다. 


"사회 생활하면서 만난 사람 중에 믿을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어."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었다. 때로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속에 있는 말들을 내뱉지 않기도 했었다. 그런 나의 편협한 생각들을 시원하게 깨부숴준 것은 언니였다. 그 회사를 나오고 나서도 우리의 인연은 계속되었다. 심지어 언니는 이사 간 나의 경주 본가에 놀러온 첫 번째 내 지인이기도 했다. 우리 집 첫 방문에 언니는 우리 외숙모부터 삼촌 그리고 심지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까지 모두 만났다. 외숙모께서 직접 포항까지 가서 사 오신 수십만 원어치의 대게와 회를 우리는 숨도 쉬지 않고 모조리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었다. 


생각해 보면 알게 된 지 거의 4년에 불과한데도 우린 급속도로 친해졌고, 친자매 이상의 정을 나누었다. 우린 그렇게 더욱 가까워져 갔고,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놓고, 축하할 일이 있으면 가족보다 더 진심으로 축하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태어나 보니 맏이였던 내게, 늘 언니의 존재가 필요했던 내게, 미연 언니는 언니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주었다. 늘 유쾌하고, 다정한, 그리고 세심하기까지 한 언니. 만날 때마다 늘 나도 써보라며, 무언가를 꼭 챙겨주는 언니. 밥 값은 반드시 내가 내겠다며 카드를 들고 카운터로 달려가는 나를 항상 제지하는 언니. 언니가 있어서, 험난하고 외로웠던 서울 생활에 조금은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늘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언니가 있어 행복하다고 표현하지만 아무리 말해도 부족한 것 같다. 언니가 원주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예전보다 자주 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매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시간이 오래 흘러도 언니는 여전히 변함없고, 유쾌하고, 따뜻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다. 몇 살이나 어린 내게 한 번도 무례하게 대한 적 없는, 그런 언니. 고민 많은 나를 보며 "유정이는 할 수 있어!"라며 애교 섞인 말투로 힘을 북돋아 주는 우리 미연 언니. 


이제 곧 언니를 만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나면 또 어떤 이야기들을 늘어놓게 될까. 언니와 마주 앉으면 족히 3~4시간은 수다를 떨게 되는 것 같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인생에 대한 고민까지. 무엇이든 새어나갈 염려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명. 언니가 있어서, 나의 20대는 조금 더 풍족하고, 따뜻하며, 멋진 것 같다. 


나도 30대가 되면 언니처럼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점점 더 멋있어지는 언니를 보며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언니처럼 다정하고, 용기 있고, 호쾌하고, 온화하고, 배려 넘치는 사람이 되려면 나는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 언니의 곁에 오래 머무르며, 물들어 가고 싶다. 


미연 언니, 

언니는 내게 '선물' 같은 사람이에요. 


언니가 있어서 나는 조금 더

진중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20대를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미연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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